[세평시평] 무엇을 보고 갔는가?

2006-10-31     제주타임스

10월은 참으로 부산했었다. 우리고유의 명절인 ‘한가위’를 비롯하여 기념일 행사와 각종 단합대회를 치르면서 분주한 일상을 보냈다. 그 중에서도 23일부터 27일까지 닷새 동안 중문관광단지에서 행해진 한미 FTA 제4차 협상이 제일 큰 행사였다고 생각한다.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및 농민단체 등 1만여 명이 원정 시위대와, 이들의 돌출 행동을 막기 위한 2만여 전경대원들이 회담장 주변에 배치되어 삼엄한 경계를 펼친 가운데 행해진 협상에서 주요쟁점인 농산물과 자동차분야 등 서로간의 입장차이만 확인한 체 별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FTA(Free Trade Agreement)는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무역장벽인 관세철폐에 관한 국가간의 협정으로써 오늘날 무역에 관한 세계 트랜드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GDP 70% 이상을 무역에 의존하는 국가로서는 상대국의 통관관세를 없애야 공산품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여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FTA체결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조류라고 본다. 이처럼 국가의 운명과 국익이 중시되는 중차대한 국제협상을 두고, 노동자ㆍ농민단체가 사생결단을 각오한 반대투쟁을 왜 하는가에 대해 우리정부는 냉철한 생각과 판단으로 하루속히 적절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되리라 본다. 한미FTA는 한마디로 세계경제의 최강국인 미국과의 관세장벽을 없애고 시장통합을 하자는 것이다. 물론 FTA가 체결되면 공업국인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공산품은 시장수요를 확충하고 수출증가를 통해 국익에 도움이 되겠지만, 값싼 외국 농?축산물이 무차별 반입으로 국내 300만 농가가 파탄에 직면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러기 때문에 교섭국가에 따라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해서 자국산업의 갑작스런 붕괴나 도산을 방지하기 위한 서로의 합의점을 도출해 내는 맞춤형 FTA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세계 10위권대의 무역대국으로써 수출로 인해 국가소득을 창출하고 번영을 누려왔지만, FTA라는 복병을 만나 조상대대로부터 물려온 농업기반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위기에 놓여 있다. 한미FTA는 300만 농민의 생존권이 걸려 있는 절박한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 측 협상 당사자는 주요 농산품을 양허대상에서 제외시키지 못한다면 최소한 자생력을 기를 수 있는 충분한 유예기간은 확보해야 된다.

감귤과 FTA

제주특별자치도가 한미 FTA 제4차 협상 개최지로 선정됐을 때 많은 도민들이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제주도의 중추산업으로서 감귤이 차지하는 비중과 제주도민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임을 올바로 인식시킬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고 양허대상 제외품목으로 관철하려고 노력해 왔다. 사실 안방에서 협상한다는 것처럼 좋은 프리미엄은 없다. 손님대접 잘 했을 때 반대급부가 따르지 않겠냐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회담에 앞서 웬디 커틀러 미국 측 협상대표가 제주도에 있어서 감귤이 중요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문화적ㆍ역사적 가치도 고려하겠다는 말로 인해 한미 FTA에 거는 기대가 매우 컸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외교적 겉치레 인사에 불과했고 협상테이블에 마주앉아선 예외 없이 수입개방을 요구하고 나서는 이중성을 보임으로서 결론을 짓지 못한 체 막을 내리고 만 것이다. 김지사는 차후 협상을 벌이는 미국에 가서라도 감귤을 양허대상 제외품목으로 관철하겠다고 했으나, 민감 품목으로 분류는 모르지만 양허대상 제외품목으로 관철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들은 회담장 밖에서 생존투쟁을 벌인 민중의 아우성은 제대로 듣고서 떠났는지? 왠지 뒷맛이 씁쓸하여 속이 개운치 않다.

강   선   종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