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한ㆍ미 FTA 4차협상 유감

2006-10-29     김용덕

우리의 요구는 생명존중

23일부터 27일까지 중문관광단지에서 열렸던 한미FTA 4차협상에서 제주도가 요구한 것은 다름 아닌 ‘생명 존중’이었다.

제주의 생명산업이 바로 ‘감귤산업’이기 때문이다. ‘쌀=감귤’ 등식처럼 제주의 감귤을 협상예외품목으로 해달라는 우리의 요구는 절대 무리수가 아니다. 생명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다. 자신의 생명을 앗아가겠다는데 어느 누가 가만히 앉아 있겠는가.

협상시작일인 23일 오후 신라호텔에서 한미FTA협상 대표단과 김태환 지사, 양대성 도의회의장, 제주출신 국회의원 등 제주대표단이 만났다. 제주대표단은 이 자리에서 이구동성으로 감귤을 협상예외품목으로 해 줄 것을 건의했다. 도민들의 열망을 담아낸 것이었다.

무역협회가 주관한 리셉션에서도 김 지사는 제주감귤산업의 중요성을 재차 건의했다. 이 뿐인가. 도내 일간지와 방송사, 인터넷매체 등 모든 언론은 제주감귤산업을 지키기 위한 농민의 뼈아픈 삼보일배와 항의집회를 잇따라 보도했다. 한미FTA협상단에게 실상을 알리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돌아온 것은 아무것도 없다.

“생명을 존중해 달라”고 그렇게 노력했는데…. 그러나 이번 4차협상에서 우리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누군가 그랬다. 그들의 ‘립서비스(Lip-Service)에 놀아났을 뿐이라고.

감귤예외품목 산넘어 산

이제 감귤협상은 오는 12월 미국에서 열리는 5차협상으로 넘어갔다.

문제는 감귤의 한미FTA 협상 예외품목 지정이 '산넘어 산'이라는 사실이다. 미국이 쌀 문제까지 들고 나와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감귤 협상품목 제외는 머나먼 길로 다시 첫걸음을 떼야 한다.

웬디 커틀러 한마FTA협상 미 수석대표가 27일 4차협상 마무리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만 봐도 그렇다. “3차 협상에 비해 큰 진전을 이뤘다. 그러나 한국의 농산물 분야 개방안이 개선될 여지가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커틀러 대표는 “자신들이 제시한 공산품 분야 추가 개선안과 한국의 농산물 수정안을 비교하면서 개방 규모를 보면 공산품 부분 15억달러, 섬유부분 13억5000만달러 등인데 비해 한국 농산물은 8800만달러 정도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한미 FTA가 포괄적 협상이 되기 위해선 농산물을 포함해야 한다”면서 한국측을 압박했다.

결국 5차 협상에서는 쌀을 포함한 미국의 농산물 시장 개방 압력이 더욱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농산물 협상은 다시 원점이다. 감귤은 당연지사 등외로 밀려나게 된다.

그들의 논리속에 감춰진 배후는 바로 3차협상에서 추진해온 오렌지의 한국시장 침투다. 자국 오렌지의 한국시장 침투와 시장원리속에 제값을 받기 위한 우리 정부의 보조금제의 감축또는 폐지론이 또 다시 언제 튀어 나올지 모르는 일이다.

지사의 삼고초려 '기대'

4차협상에서 감귤은 물건너갔다. 이제 5차협상과 내년 2월 6차협상 등이 남아있다.

김태환 지사는 감귤 협상예외품목 지정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기서 안됐으니 다음 협상장인 미국에 비행기타고 날아서 가더라도 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지사로서의 할 일을 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김 지사는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미FTA 5차협상에서 오렌지 등 감귤류가 반드시 협상제외 품목에 포함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4차협상에 제시된 농산물 양허안은 한미 양측의 의견차로 합의된 사항이 없다. 그러나 오렌지 감귤 등 민감품목이 5차협상에서 논의키로 함에 따라 앞으로 제주도는 모든 역량을 모아 감귤류가 반드시 협상제외 품목에 포함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김 지사의 이 같은 의지로 제주감귤이 협상대상에서 제외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 옛날 유비가 제갈공명을 삼고초려,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듯 제주도의 요구가 이번 김 지사의 삼고초려로 이뤄졌으면 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는 커틀러 미국 대표가 마지막 날 “FTA 협상이 제주도민들의 삶의 급격한 변화를 야기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점을 잊지 않을 것이다. 이번 그의 말이 양국의 이해관계를 염두에 둔 ‘외교적 수사’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도민들의 기대 또한 크다.

김   용   덕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