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기부와 나눔의 문화에 대하여

2006-10-15     제주타임스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는 추석 연휴가 지났다. 이번 추석을 맞이하며 주변에서 경기가 너무 안 좋다. 그래서 너무 힘들다고 푸념하는 소리들을 많이 들었다.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고 했던가!’ 그래서인지 올 추석엔 도내 노인, 장애인, 아동, 여성 등 49개 각종 사회복지 보호시설 등 어려운 이웃들에 대한 도움의 손길이 예년만 못하다는 우울한 기사들을 접하며 우리사회의 ‘기부와 나눔의 문화’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멀리 삼한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두레, 계, 품앗이나 조선시대 향촌사회의 자치규약인 향약의 환난상휼(患難相恤)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예로부터 각 마을 단위별로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을 서로 협조하여 구제하는 다양한 활동들이 매우 조직적, 체계적으로 이루어져 왔고, 지역의 유지들은 천재지변 등으로 마을이 어려움에 처하면 곡간을 열어 굶주린 이웃들을 먹이고 입히기를 마다하지 않으며 그것을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의 하나로 간주하여 왔는데, 이러한 예는 우리 고장에도 김만덕 같은 분의 활약에서도 그 예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오늘날의 소위 ‘기부’나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라고 하는 것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 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아 전승되어 오고 있었다. 이러한 ‘나눔 문화’가 오늘날 여러가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소원해지고 있는 세태를 보며 참으로 안타깝고 선조들께 부끄러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러한 금전적인 기부만이 나눔의 전부는 아니다. 우리가 여유시간을 만들고 이를 나보다 어려운 이웃 그리고 내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 그 어려움을 함께하고 위로하는 것 또한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 지역사회를 따뜻하게 하는 또 다른 나눔의 모습인 것이다.

이번 추석을 맞아 우리 동에서는 점포를 개업하면서 축의금품을 쌀로 대신 받아 이를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기탁해 주신 분, 조그마한 성의라며 이름도 밝히지 않은 채 양곡상을 통해 쌀을 기증해 주신 분, 회원들의 작은 성의를 모아 쌀을 마련해 기부해 주신 자생단체, 혼자 사는 어르신들의 집을 도배를 해주신 자생단체 등 참으로 고맙고 아름다운 분 들이 많이들 있었다.

올 해는 윤달로 추석이 늦었던 만큼 이제 조금만 지나면 구세군의 종소리가 거리에 울려 퍼지는 연말연시가 다가온다. 올 연말연시에는 이런 모든 분들의 관심과 사랑에 우리 모두의 자그마한 정성이 모아져 모든 사회복지 보호시설마다에 도움의 손길 넘쳐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한 각종 성금들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행복하고 훈훈한 소식들이 많이많이 전해져 우리 선조들의 숭고한 기부 나눔의 문화가 다시 한번 만개하는 계기가 되는 그런 연말연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   병   철 (제주시 이도2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