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동북아 핵개발 경쟁 불러오나'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동북아 정세가 벼랑 끝으로 가고 있다.
국제적 파장과 각국의 대북 정책의 변화는 물론, 한반도 안보의 틀이 기초부터 흔들리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북한이 핵을 보유, 주변국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주변국은 물론, 한국 내에서 조차 핵보유 발언이 나오는 등 ‘도미노 현상’이 우려된다.
국제적 파장, 동북아 국가들간 핵개발 경쟁 가능성
북한의 핵실험 강행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가장 우려되는 것은 동북아 국가들 간 핵개발 경쟁이 시작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한반도 비핵화 선언 이후 유지되어온 ‘핵 억제력’이 사실상 효력을 다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이 근본부터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핵이 없는 한반도의 현상유지가 목표인 중국으로서는 김정일 정권의 교체가능성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 외교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또 북한의 핵실험으로 한미정상회담 이후 추진되던 포괄적 접근방안은 사실상 무산된 것이나 다름 없으며 6자회담도 사실상 중단됐다.
미국은 이미 북한의 핵실험은 근본의 틀을 바꿀 것이라는 경고를 한바 있고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등 고위관리들은 여러차례 같은 메시지를 타진한바 있다.
이에 미국은 대북 추가제재는 물론, 이제까지 외교적, 평화적 해결방안과 노력에서 물리적, 금융적 제재를 방침으로 한 대북기조의 변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도 사태에 예의주시하며 즉각적인 대응체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9일 오전 총리 관저에서 긴급 안보관계회의를 소집하고 사실확인을 서두는 등 정보 수집을 위해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서울을 방문중인 아베 신조 총리는 이날 시오자키 야스히사 관방장관으로부터 긴급 보고를 받고 미국 등 관계국들과 협력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아베 총리의 외유로 총리직을 대행하고 있는 시오자키 관방장관은 이날 총리 관저의 위기관리 센터에 '관저 대책실'을 설치, 관계 장관과 관계부처의 국장급을 긴급 소집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이 만일 실험을 강행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전시작통권 단독행사 시기 조정 불가피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또 실험을 강행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현재 한미 간 논의되고 있는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 단독행사 문제도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은 전쟁의 가능성의 높이와 상관없이 “전시작통권은 한국이 가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또 그럴 만한 능력이 있기 때문에 가져야 한다”고 했고, 미국 역시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재차 확인해 왔지만 이는 북이 핵실험을 강행하기 이전 나온 입장들로 현재 한반도 안보상황이 크게 달라진 만큼 입장수정이 불가피 할 것이라는 것이 외교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 재래식 무기보유 면에서 북한과 우리나라는 큰 차이가 없지만 핵을 보유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전시 작전권 문제와 북한 핵문제를 구분해서 이야기 하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다.
송민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실장도 돌발상황이 생기면 전시 작전권 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 왔고 외교전문가들도 “이양계획자체가 백지화되지는 않겠지만 상황에 따른 시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거시적으로 전시 작전권이 아니라도 9일 국내 금융시장은 요동치기 시작했고, 아울러 외국자본이 급속도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경제전문가들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칫 북한의 핵실험 강행이 우리경제에 치명타를 장기 불황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으며 세계경제 둔화가능성 속에 어찌됐든 북 핵실험 강행은 우리경제 불안 요소를 늘려 경제심리를 더욱 위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북한, 왜 핵실험 강행했나?
북한이 잇따른 경고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대북 제재의 압박 속에 벼랑끝 전술을 썼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북한은 미국과 양자회담을 계속 제안해 왔으나 부시정부는 북한의 6자회담 조속복귀를 요구하면서 양자회담을 거부해왔고, 이어 대북제재마저 계속되자 핵실험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한미정상회담 이후 추진되고 있는 포괄적접근방안이 북을 유혹하기에 충분하지 않았다는 시각이다.
한미간 포괄적 접근방안을 북에 전달했지만 그것이 북한에게는 핵실험 중단할 만큼 매력 없었고 차라리 핵실험을 강행함으로 해서 미국과의 대결구도를 극대화 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그러나 미국도 대북 금융제재 해제 등에 있어 기존의 입장을 고수할 방침이어서 가까운 시일 내 정세가 호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특히 북한이 중일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 이어 한중 정상회담 등이 연이어 진행되는 시점에서 핵실험을 강행한 것으로 볼 때 당분간 협상에 복귀하기 보다는 위기감을 고조시키면서 상황변화 가능성을 엿볼 것으로 예상된다.
[ 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