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제주도금고 유치전
물고 물리는 수성과 탈환전
제주특별자치도금고 유치전이 뜨겁다. 농협제주본부와 제주은행간 도금고 유치전은 그야말로 총칼없는 전쟁으로 비유되고 있다. 그만큼 제주도금고가 차지하는 유무형 가치가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사실 일반 도민들이야 관심도 없는 얘기다. 누가 가져갔든 자신들의 이익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협과 제주은행 입장에선 도금고 유치는 대박을 터뜨리는 일과 같은 맥락이다. 제주지역에 한해 3조원이 넘는 예산을 운용하는 곳이 어디 있는가. 4개 시군이 통합된 제주도밖에 없다.
이 도금고가 올해 말로 농협과의 계약이 만료되면서 농협은 철옹성 쌓기 작전을 펴고 있다. 반면 두 번 연속 자리를 뺏겼던 제주은행의 탈환전은 심상치 않다.
두 금융기관은 최근 상대보다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제주지역사회의 기여도와 제주도와의 사업전개에 따른 긴밀한 관계정립을 구축하는데 전력을 쏟고 있다. 이는 최근 제주지역 언론을 통해 발표되는 각종 시책에서도 엿볼 수 있다.
농협과 제주은행은 제주도와 합작으로 투자개발펀드를 공동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갖가지 시책을 내놓고 있다. 서로 물고 물리는 금융정책전,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되새김해 볼만 하다.
창과 방패의 矛盾형상
제주은행이 먼저 도금고 유치를 위한 시도를 벌였다. 지역사회 봉사활동 전개를 비롯 제주시와 제주대학교 사업 지원부터 중소기업 최고 30억 융자지원, 재래시장활성화를 위한 상품권 발행 및 신용카드 단말기 무상공급은 히트작이었다. 한마디로 칼을 빼든 격이었다.
사실상 제주은행과의 경쟁에서 자타가 우위를 점쳐온 농협도 이에 뒤질세라 참 깨끗한 제주만들기 운동 뿐 아니라 최고 30억까지 융자 지원하는 제주상공인카드 발행으로 방패를 내보였다.
제주은행과 농협의 창과 방패는 ‘그 어떤 것도 뚫을 수 있다하고 어떤 것도 막을 수 있다’는 그야말로 모순(矛盾)형상이다.
제주은행이 향토기업을 내세우면 농협은 민족은행이라는 이름으로 맞선다. 마치 기차의 철로처럼 평행선이다. 이 질주는 이제 두달 남짓이면 끝이 나게 된다.
누가 되던 도금고를 유치하는 기관은 제주의 상징이 된다. 일반회계 2조2000억에 대한 이자는 또 어떤가. 이 같은 대박 복권이 지금 농협과 제주은행, 그 하나를 놓고 제주도가 저울질에 들어간 것이다.
도민을 위한 산목처럼
장자(壯者)에 이런 얘기가 있다. 목수(木手)가 제자 하나를 데리고 재목을 찾아 시골길을 걷고 있다가 거대한 아름드리 상수리나무 하나를 만났다. 가지도 잘 뻗고 울찰해 그 아래에는 신당도 차려져 있었다. 제자가 보기에는 훌륭한 재목이었다. 그러나 스승인 목수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제자 왈 “왜 저 좋은 재목을 두고 모르는체 하십니까” 스승은 “바보 멍청한 놈 같으니라고, 저 나무는 쓸데없는 거목(巨木)이야, 쓸모가 없기 때문에 잘리지 않고 저렇게 크게 자랄수 있었던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쓸모가 없어 아무도 탐내지 않고 버림받은 채 자라난 나무를 산목(散木)이라고 한다. 재목의 반대말이다.
여기서 장자는 미처 크게 자라기도 전에 베임을 당하기 보다 산목처럼 짙은 그늘을 만들어 나그네를 쉬게하고 열매며 다람쥐며 새를 불러들이고 신령까지 불러들여 숱한 사람들로부터 절을 받는 유유자적을 가르쳤다.
지금 두 금융기관이 각종 시책을 내놓는 것이 도금고 유치를 위한 단순 재목이라면 결국 언젠가는 베임을 당하게 된다. 늘 변함없이 사랑받는, 젊음이들로부터 최고의 직업으로 선택받는 산목이 되길 기대해 본다.
김 용 덕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