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오늘부터 증거분리제 확대
2006-10-01 김광호
제주지방검찰청은 올들어 이미 시범 실시 과정을 거쳤기때문에 확대
실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제도의 전면 시행에는 '선
진국형 공판중심주의의 형사재판'이라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문제의 발생도 예상된다.
검찰, 법원, 피고인 등 모두 상당한 부담을 요구한다. 따라서 각자 감정
을 배제하고 인력 증원과 함께 법정시설 확충 등 오직 공판중심주의의
정착을 위한 노력을 전제로 해야 가능하다.
최근 일선 검사가 법원의 수사기록 요청을 거부한 사실이 밝혀져 이용
훈 대법원장의 '검찰 비하성 발언'의 파장이 심삼치 않음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김 모 검사는 지난 달 27일 강제집행 면탈사건과
관련한 서울남부지법의 수사기록 문서 송부 요청을 거부했다는 것이
다.
법원의 입장에서 보면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대법원은 대검찰청이
증거분리 제도를 전면 실시하겠다고 나오자 피의자의 방어권 확대와
신속한 재판 진행을 위해 판사와 검사 및 변호사와의 협의체를 시행하
겠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소송 지휘권에 따라 공판 기일 전에 재판장이 검사와 변호인
과 공판 진행을 협의하는 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소송 지휘는 원활
한 소송 진행과 심리를 위한 법원의 행위로, 원칙적으로 재판장이 권
한을 갖는다.
하지만 검찰이 이에 순순히 응할지 의문이다. 기소할 때 공소장만 제
출하고 증거는 재판 진행 과정에서 제출하겠다는 원칙론을 주장할 가
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법관이 피고인에 대한 유.무죄의 예단을 차단할 수는 있으
나, 재판 기간이 지금보다 다소 길어져 결국 특히 피고인의 피해가 예
상된다.
완전한 공판중심주의로 가려면 검찰과 법원 간 적극적인 협력체제부터
유지돼야 한다. 서로 자기 영역만 고집할 경우 그러잖아도 준비가 덜
된 재판에 혼란을 자초할 우려가 높다.
서로 협조하면서 검찰은 공판 검사 인력을 대폭 늘리고, 법원도 판사
를 증원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공판중심주의 재판에 걸맞는 신문 기법
도 개발해야 한다. 지금까지 사실상 문서 재판에 숙달된 법원과 검찰
모두 새로운 형태의 재판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이른 시일에 부족한 법정도 확충돼야 한다. 제주지법의 경우 6개의 법
정을 운영하고 있으나, 재판 기일이 길어질 수 있는 공판중심주의 재
판을 전면 시행하려면 최소한 3~4개의 법정이 더 필요하다.
한편 제주지검의 확대된 증거분리제출 제도의 첫 기소 사건은 김태환
제주도지사가 포함된 공무원 선거개입 혐의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황인정 차장검사는 이 사건 처리와 관련, 우선 공소장만 제출하
고 증거물들은 재판 진행 과정에서 분리해 제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
다.
이와 관련, 피고인들이 유리한 재판이 될 것이란 의견과 불리한 재판
이 될 것이란 의견이 팽팽하다.
그러나 증거분리 제출과 공판중심주의 재판의 궁극적인 목적이 법정에
서 유.무죄와 형량을 법 정신에 따라 심판한다는 취지에 있는 만큼, 유.
불리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는 일이다.
문제는 이 제도의 조기 정착이다. 이를 위해선 검찰과 법원이 신속히
인적 및 물적 여건을 충족시켜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