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발목 잡힌 '특별자치호'
특별자치도 간판으로 고쳐달고 출범한 지 3개월이 되어 간다. 정부로부터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받아 제주특성을 최대한 살린 발전모형으로 ‘홍가포르 프로젝트’를 도민에게 제시하고 제주역사를 새롭게 써 나가겠다는 장엄한 포부를 갖고 출범한 ‘제주특별자치호’이다.
특별자치호의 출범은 민주주의 꽃인 주민자치의 실험무대로써 그 동안 중앙정부가 독점했던 통치권의 일부를 지방에 이양함으로써 비능률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함으로써 소기의 목적을 이루려는데 더 큰 의의가 있다고 본다.
정부는 자치권 이양을 전국에 확산하려는 의도를 갖고 제주도를 첫 모델로 설정했다. 따라서 제주특별자치도의 성패여부는 제주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명운이 걸려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중앙정부에서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세계의 잘 나가는 도시들과 견주어 손색없는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규제를 철폐하고 자치권을 최대한 부여하여 순항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자치도 출범 3개월이 다 되가는 지금, 제주지방검찰청에서 제주도지사를 선거법위반 혐의로 기소했다는 소식이 도민사회에 퍼지면서 특별자치도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여러 가지 불협화음과 우여곡절 속에서 치러진 특별자치호 출범원년의 선장을 뽑는 지난 5.31지방선거에서 도민들은 지금의 도지사를 선장으로 선택했었다.
그것은 선거기간에 벌어졌던 일들이 선장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 아닐 것이라는 판단에서 나온 결과라 여겨진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도지사를 기소한다는 소식에 도민사회가 술렁이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제주특별자치호는 탑승 선원들을 요소에 재배치하고 태평양의 거센 파도를 가르며 예정된 항로로 힘차게 질주하기 시작했다.
도민의 염원을 가득안고 출범한 특별자치호를 망망대해에 표류하도록 내 버리는 일이 벌어져서는 아니 된다. 선장이 있어서 특별자치호의 방향키를 제대로 잡아주지 않는다면 항해사, 기관장, 조타수, 갑판장 할 것 없이 우왕좌왕하다 항해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특정인을 두둔해 하는 말은 아니지만 특별자치호의 험난한 여정을 걸머지고 동분서주하는 선장이 모습에서 연민의 정을 느낀다.
특별자치호를 바라보는 도민의 시각 또한 찹찹하기만 하다. 지금 도민들은 장기적인 경기침체의 늪에 빠져 언제 회생될지 모르는 암담한 현실 앞에서 허탈감과 상실감으로 인해 무기력해져있다. 한 가닥 희망인 특별자치호의 성공적인 운항소식을 바랬건만 선장이 기소당하여 표류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법치국가가 지향할 최고가치는 투명성과 공정성이라고 본다. 우리사회의 선거 풍토가 이전보다 많이 개선되어 공명선거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나 당락을 떠나 선거에 나섰던 입후보자 모두가 투명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만큼 드러나지 않은 어두운 부분과 비양심적인 요소가 내재해 있다고 본다.
어느 사람을 선택해도 잘못된 점은 있기 마련이다. 예수의 재판은 간음한 사마리아 여인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깨끗한 자가 있으면 돌을 던지라고 했다. 여론 때문에 기소와 불기소를 가름해서는 아니 된다. 기소를 함으로써 여론이 비판을 덜 받을 수도 있겠지만 비판을 감내하는 용기도 때론 필요하다고 본다. 선장을 붙잡지 말고 항해할 수 있도록 불기소 상태에서 사건을 처리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제주도를 변방으로 여기고 경시의 대상으로 취급당한다고 느끼는 도민들의 갖는 피해의식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강 선 종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