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위반 피고인 재판부에 로비 시도"
2006-09-22 김광호
정갑주 광주고법 제주부 재판장(제주지법원장)은 22일 오전 10시 공직
선거법위반 항소심 선고 공판에 앞서 "재판부에 로비를 시도하려고 했
다"며 "(제주에) 부임한지 얼마안돼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만, 앞으로
더 그러면 본때를 보이겠다"고 엄중 경고했다.
정 법원장은 "재판부가 로비에 의해서 판결을 하는 것은 아니다"며
"로비를 시도한 사람에 대해 어떻게 판결해야 할지 고심했지만, 사안
자체만을 놓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 법원장은 이어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있을 경우 '본때'를 보이겠다"
고 초강경 발언을 했다. 이후에도 유사한 로비가 시도될 경우 혐의 사
안 외에 괘씸죄까지 적용해 엄벌에 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정 법원장은 로비를 시도한 사람 등에 대해선 언급을 하지 않
았다. 구체적인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아쉬움은 크지만, 재판부가 법정
에서 로비 시도 사실 자체를 처음 공개했다는 점만으로도 달라진 법원
의 모습이라는 반응이다.
아직도 재판부의 판결이 권력 또는 변호사 등의 로비에 의해 좌우되는
게 아닌가 하고 불신하는 국민들이 더러 있다. 사실, 이번 정 법원장의
발언에서 확인됐드시 그 의구심이 전혀 근거가 없는 일이 아님이 드러
났다.
정 법원장의 이날 발언의 파장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지법 뿐아
니라 전국 법원에도 영향을 줘 로비가 없는 오직 법관의 양심과 재판
부의 엄정한 재판을 선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