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盆栽’그 예술의 혼불

2006-09-20     제주타임스

살아 있는 종합예술, 그것은 한정된 분 안에서 자연에서보다 더 고귀하고 아름답게 오래 생존해 있는 것이 곧 분재이다. 이 세상 미감양성의 그 대표가 인간의 아름다운 고뇌와 의지를 그대로 담고 있는 분재라고 한다면 결코 빈말이 아닐 것이다. 필자가 24년 전 제주에 입도하여 이 땅에 살고 있는 동안 가장 감동하며 아름다운 멋에 반했다고 한다면 그것은 단연 『분재예술원』이다.

그 어느 창작 예술품이 한평생 노력으로 그만한 감동의 파노라마를 그릴 수 있는가 말이다. 약 100여종의 수종에 2000여 가지의 살아있는 분재의 걸작품은 오늘도 내일도 하루도 쉼 없이 한평생 동안 한 치의 착오도 없는 물주기와 눈과 순을 따는 작업을 해온 것이 한정된 분 안에 터 잡고 최상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도록 하고 있는 것 그것이 가히 자연과 호흡하며 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분재의 세상, 천상의 비원을 만든 것이다.

70년대 서울의 어느 한 의지의 젊은이가 돌과 바람의 땅 제주에 와 남다른 농부로 자리를 잡아갈 무렵 텃밭의 한켠에 이미 분재는 하나둘 꿈나무로 만들어져 가고 있었지만 더욱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분재원이 될 줄이야 본인도 알 리가 없었을 것이다. 어느 누가 직접 만든 자연의 예술품 앞에 이만큼 아름다운 수식어를 들어본 적이 있으며 그에 도전할 수 있을까. 분재의 철학에 숙연해 질뿐이다.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의 옛 척박한 오지에 터를 잡고 지금의 분재원을 일구기 위해 5개년을 소요했고, 최초1992년도에 분재예술원으로 개장하여 16년이 흘렀지만 공원 면적을 늘리며 장엄하고 정교한 정원 공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생각해 보면 제주 천혜의 분화구와 오름, 동굴 등 있는 자연을 그대로 유지하고 지켜가며 유료 관광지화 한 것과는 너무도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자연의 관광지는 오히려 손대지 말고 잘 지켜야 하는 반면, 분재원은 나무 한그루 한그루 작게는 몇 년간 길게는 몇십년을 설계하고 교정해가는 인간의 가장 진솔하고 예술적 의지가 담겨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뿐이랴 국내보다도 오히려 외국의 유명인사가 찾아가 감동을 연발함에 세계 수많은 사람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어 그 또한 도도하고 고차원적인 품격을 말할 수 있다.

사실 국내는 물론 도민들마저 그토록 세계적인 명소라는 것을 소홀히 여길 수 있다지만, 적어도 중국 등 분재전문가들이 세계의 최고수준으로 인정하고 세계 유명언론에 수차 소개되어 극찬을 아끼지 아니한 사실에 제주에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아니 제주특별자치도의 공복의 입장에서 어쩐지 씁쓸하기 그지없다. 한사람의 평생 장인적 개척정신이 한국의 제주를 빛나게 하고 있으니 그가 이룬 분재예술의 혼불이자 세계적인 보물인 셈이다. 아름다운 이 제주에 의지의 투혼으로 일구어 놓은 목석원, 한림공원, 방림원 등 수많은 관광명소가 가슴벅찬 자긍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아름다움을 발견한 사람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듯이 정작 우리가 정성으로 사랑하고 보다 관심을 보여줄 일이다.

이   성   래 (제주도 친환경농축산국 가축방역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