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무사안일주의
초가삼간 태울려나
제주도가 지난 8월 30일 화염열풍기를 가동하는 기존 선과장에 대해 2010년 6월30일까지 운영이 가능토록 시행규칙을 제정했다. 현실적으로 왁스코팅 단속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는 그러나 수출용을 제외, 올해산 노지감귤에 대한 왁스코팅 출하를 단속키로 했다. 지난 2004년 7월 개정한 조례에 근거한 것이다.
농가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제주도의회 농수축․지식산업위원회가 제주시 함덕농협과 서귀포시 남원농협을 방문한 자리에서 농가들은 왁스코팅 허용을 요구했다.
“감귤만 과일이냐, 수입산 과일 모두가 코팅처리해 들어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감귤 왁스코팅만 단속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에 돌아온다”
도의회는 이를 수렴, 의원발의를 통해 관련 조례안을 개정, 감귤 왁스코팅 단속 시행 유예 또는 해당문구 폐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도민의 의해 뽑혀진 선량들로서 당연한 의무다. 제주의 생명산업인 농가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감귤왁스코팅 문제는 예견된 일이었다. 2004년 당시 도의회 농수축산환경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 문제를 정확히 짚어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과장 개선을 전제조건으로 집행부가 책임지겠다는 논리에 도의회도 넘어갔다. 결과는 어떤가. 속된 말로 ‘개뿔’이다.
제주도가 왁스코팅 잡기 위해 농가에 피해를 준다면 그야말로 빈대 잡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감귤국장 책임져야
감귤왁스코팅과 선과장 개선문제는 당시 도의회 농수축산환경위원회의 최고 논란대상이었다. 당시 고두배 감귤과장은 이렇게 말했다.
“싱싱한 감귤을 소비자에게 공급하기 위해 저희들이 나름대로 선과장의 개혁부분에 대해 검토를 해봤다. 지금 전체 선과장 대상이 766개소다. 100평 이상 돼 있는 집진시설을 유하는 부분이 340개소, 솔만 교체할 수 있는 규모가 적은 99평 이하의 선과장이 426개소다. 도에서 30% 지원해주고 시군비 30% 지원하고 자담 40%, 이렇게 했을 때 도에서 13억4000만원의 경비가 소요된다. 도와 시군이 힘을 합쳐 어렵지만 유통개혁에 예산을 들여서 이런 사업을 획기적으로 해야 소비자에게 감귤의 제맛을 제공하고 제값을 받을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 모든 시설을 교체하는데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다. 100% 마무리는 못하지만 욕심을 내서 착수하고 반 이상은 할 수 있는 쪽으로 최선을 다하겠다”
이렇게 해서 선과장 개선 기간 2년을 전제조건으로 감귤왁스코팅 출하금지 조례가 탄생됐다. 말 그대로 욕심을 냈으면 벌써 반은 개선했다. 그러나 된 곳이 없다. 도가 이 부분을 놓고 다시 2010년 6월 30일까지 다시 4년 유예기간을 두었다.
해 놓은 게 없으니 다시 유예기간을 둘 수밖에 없다는 식의 판단은 무사안일이다. 집행부의 말장난에 도의회가 놀아나고 농가는 혼란을 겪고 있는데 책임지겠다는 사람 없다. 집행부가 선과기 구조개선, 농가 및 유통업계, 소비자 등을 대상으로 2년전에 했어야 할 것을 지금에야 홍보하겠다니…. 말에 따른 책임규명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 책임자가 지금 감귤국장이다.
코끼리다리 만지는 격
2004년 당시 도의회 농수축산환경위원회 양대성 위원장은 지금과 같은 왁스코팅논란의 주범을 가려냈다.
“왁스코팅과 선과기의 구조가 서로 맞물리는 시스템속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품질의 신선도라든가 품질을 떨어뜨리고 부패를 촉진하는 요인이 왁스코팅에 있는 것이 아니고 열풍기에 있다. 주범은 화염열풍기다. 거기에 보조적으로 왁스가 작용한 것이다. 타킷은 우리가 주범을 잡아야 하는데 주범은 놔두고 종범을 잡아서 족치는 격이 돼고 있다. 현재의 선과기 구조를 그대로 가지고 간다면 실효성이 없다. 어느 한쪽만 가지고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현명한 대책이 못된다.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선과기 구조를 고치는 것이다. 화염열풍기 자체를 없애야 이 문제가 해결되지 코팅만 가지고 문제가 해결되느냐, 그것은 절대 아니다. 화염열풍기는 그대로 가만히 둔 채로 거론도 하지 않고 코팅만 잘못이라는 것은 핵심을 그대로 두고 먼발치에서 코끼리 다리만 만지는 격이다”
정확한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집행부는 결과적으로 코방귀만 뀐 셈이다.
선과기 구조 개선 2년 유예기간동안 가만히 있다가 왁스코팅 단속만 하겠다니 농가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한 게 아닌가.
그나마 유통명령제로 감귤 값 제 값 받은 게 다행이었다. 안그랬다면 집행부는 아마 초상집아니었을까.
김 용 덕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