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돌아온 싱글

2006-09-12     제주타임스

중년에 이혼한 사람들을 ‘돌아온 싱글’이라고 한다. ‘중년독신’이 많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다. 최근에 이르러 베이비붐 세대의 중년 싱글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40~49세 남녀 중 독신은 1990년 7.9%에서 2000년엔 10.3%, 2005년도에는 13%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보다 앞서 베이비붐 현상을 보인 미국에서는 45세~59세 성인 중 독신 비율이 1980년엔 18.8%, 2003년에는 28.6%라는 통계를 보았다.

중년의 미국인은 3~4명 중 한명 정도가 싱글인 셈이다. 이처럼 중년 싱글의 수가 늘고, 중년들이 스스로를 젊게 평가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중년을 맞은 베이비붐 세대의 성(性)과 사랑은 이제 사회적 화두 중 하나이다. 이런 중년의 싱글은 이성(理性)과 이성(異性)이 충돌 없이 인생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여유와 부드러움과 자신감으로 성과 사랑을 즐긴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제주시 유명 브랜드 가계를 경영하는 40대 후반여성인 돌아온 싱글이 하는 말이다. ‘남편만 바라보는 여자는 한심한 여자이고 애인을 하나하면 양심 있는 여자, 둘이면 세심한 여자, 그 이상이면 열심히 사는 여자’라는 우스갯소리를 하면서 요즘 싱글들의 혼외정사(婚外情事)는 절대 불륜이 아니라는 말을 들었다. 이 말과 같이 이혼율과 성의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각종 데이터를 보면, 지난 10년간 중년의 성의식 변화는 우리나라가 축구 변방에서 2002년도 월드컵에서 하루아침에 4강에 들어간 정도의 충격적인 변화이다.

 10년 전의 우리들의 중년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유교적, 도덕적 선비정신에 의해 가정을 떠난 정사(情事)는 사회에서 설 곳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그런데도 지금은 성관련 약물처방과 수술, 치료 등은 일상생활이 일부분이 되었고, 숙박시설도 아침까지 숙박하는 손님은 방을 주지 않고 시간 손님만 받는 여관도 많다고 한다. 또한 인터넷스폰서카페를 클릭하면 극히 일부분일 테지만 가정주부, 대학생까지 돈으로 이성들과 연결된다고 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지만, 가히 혁명적인 변화이다.

우리나라에 ‘케겔 운동’을 전파해서 유명해진 설현욱 성의학자의 말을 빌리면 1998년‘비아그라’류의 발기부전제가 판매되기 시작한 것을 1905년 프로이드의 성이론 발표와 1960년대 피임약시판 이후 가장 혁명적인 성 사건이라고 말한다. 그는 ‘특히 50대를 넘은 중년의 성적 욕망은 성욕과 거의 관계가 없다고 말한다. ’외로워‘서라고 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중년의 성과 연애에 적극적인 이유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도록 사회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중년의 혼외정사나, ‘돌아온 싱글’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관대해지고 일반화 되는 것은 이혼율이 증가와 여자의 사회적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경제력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 크지만, 가장 큰 변화는 유교적, 전통적인 가족에 대한 통념이 깨지고 있다는 데 있을 것이다.

이러한 징조는 우리나라의 문학뿐 아니라, 상업영화나 TV드라마에서 잘 보여 지고 있다. <불량가족><연애시대><가족탄생><칠공주>(열아홉 순정>등에서 보이는 가족의 형태는 그동안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희한한 형태다. 어느 여류시인은 ‘여자에게 독신은 홀로 광야에서 우는 일이고, 결혼은 홀로 한 평짜리 감옥에서 우는 일’이라고 말했다. 중년들이 ‘혼외정사’를 하든, 돌아온 싱글들이 열애(熱愛)를 하든 말든, 그것은 각자의 자유의사에 달려 있다. 그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이 자신의 삶에 영양제가 된다면, 도덕이라는 미명으로 사회적 제약이 되어서는 안 될 것 같다. 왜냐하면 돌아온 싱글들이 연애와 사랑을 이성(理性)적 관점 또는 제도적 논리 안으로만 가두는 것은 어떻게 보면 우리들의 편파적인 시선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찬   집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