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시평] 축제, 올해는 쉽시다?

2006-08-23     김원민 논설위원

‘잔치는 끝났다/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마침내 그도 갔지만/(중략)/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최영미 시에서) 정녕 잔치(축제)는 끝났는가. 최근 부산의 기초자치단체들이 올 가을에 개최 될 예정인 축제들을 아예 열지 않거나 규모를 축소하기로 했다고 한다. 지자체의 재정난이 큰 이유이지만, 또 다른 원인들도 작용하고 있는 모양이다.

즉, 애초 문화 축제라는 행사 취지에 걸맞지 않게 인기가수 공연이나 길놀이 퍼레이드 등 이벤트 식 행사를 벌여오다 해를 거듭할수록 체육대회까지 열면서 몸집이 커져 예산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은 지역축제들이 지역특색을 고려하지 않은 채 경쟁적으로 열어 관변단체나 상인들의 뱃속만 채워준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녕 잔치는 끝났는가

이 같은 부산지역의 움직임을 보면서 제주지역은 어떤지 돌아보게 된다. 제주지역 역시 축제라면 다른 지방 못지 않게 많은 곳이다. 현재 도내에서 열리는 축제만 해도 제주도와 옛 시·군 시절 기초단체에서 주관했던 축제, 그리고 마을 단위의 축제 등 줄잡아 50여 개로 일주일에 하나 꼴로 축제가 열리는 셈이니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이처럼 축제를 경쟁적으로 열다보니 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당초 취지는 오간 데 없고 ‘동네잔치’ 수준이거나 일회성 행사에 그쳐 예산만 낭비한다는 비난에 자유로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부산지역에서 축제를 축소·폐지하고, 축제를 대폭 수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음이 타산지석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제주가 일주일에 하나 꼴로 축제가 열리는 ‘축제의 섬’(?)이라면 그래도 제대로 된 축제가 하나 둘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제주의 대표 축제로 어떤 게 있는 지 모를 정도라면 이건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제주의 축제가 문화관광부가 지정하는 축제에 하나도 끼지 못하고 있음은 이를 웅변으로 말해준다고 하겠다. 뿐만이 아니다.

최근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이 3일 이상 열리는 전국 400여 개 축제를 평가한 결과를 보면 아연해진다. 제주지역 축제는 축제의 영향력과 경제적 성과, 성장 가능성 등 모든 부문에서 전국 최하위권을 기록했는데, 종합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51.5점으로 50.8점의 경기도와 함께 전국 최하위에 머물렀다.

특히 제주의 축제는 프로그램 내용에 대한 만족도와 행사 구성, 편의시설 운영 및 진행, 행사장 환경, 상품의 품질 등 방문객 관점의 축제 평가에서는 49.3점으로 꼴찌를 차지했다. 또 축제 기획과 내용, 예산, 조직, 홍보, 사후 고객관리 전략 등 내부 프로세스 부문에서는 물론, 축제사무국의 상설화, 학습수준, 평가시스템을 포함하는 성장관점에서도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고작 자기 만족에 그쳐

결국 제주지역 축제는 관광효과 보다는 지역민의 여가활용 측면이 강조돼 관광객 유치 효과가 별로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대외적 효과보다는 막말로 자기 만족에 그치는 축제가 제주지역 축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태환 지사도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지난 7월 특별자치도 출범이전 각 시·군별로 난립했던 축제나 행사 등을 통폐합하도록 한 바 있다. 김 지사는 옛 4개 시·군에서 개최해 왔던 각종 축제와 관광홍보책자, 노인행사를 비롯한 각종 행사를 그대로 놔두는 것이 좋은지, 통폐합하는 것이 좋은지 도민의견을 수렴하고 시너지 효과가 가장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적극 모색하라고 촉구했지만, 아직 눈에 보이는 개선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축제는 많지만 정작 제주를 대표할 수 있는 축제는 없어 축제개최로 인한 관광객 유치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는 데는 한계를 노출해 왔음이 어제오늘의 상황은 아니다. 이제 경쟁력이 없거나 차별화 되지 않는 축제는 과감히 퇴출 시켜야 할 것이다. 부산의 사례에서 교훈을 삼았으면 한다.

김   원   민 (편집국장/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