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시평] 관광지에 '이야기'를 입힌다면

2006-08-13     김원민 논설위원

‘로렐라이’는 독일 라인강 기슭에 솟아있는 큰 바위다. 이것이 설화시(說話詩)와 서정시로 만들어지고, 민요풍으로 작곡되면서 세계적인 애창곡이 되었다. 덕분에 로렐라이는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었다. 실제 로렐라이에 가 본 사람들은 별 것도 아닌 조그만 바위언덕일 뿐이었다고 말한다.

이 로렐라이 설화는 관광지 설화가 관광목적지 선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를 잘 설명해 주는 예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제주에도 관광지 설화는 삼성혈을 비롯하여 용두암, 절부암 등 곳곳에 산재해 있어 눈으로 보는 경승 못지 않게 무형적으로도 관광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설화가 목적지 선정 좌우

사실 설화의 사전적 의미는, ‘한 민족 사이에 구전(口傳)되어 오는 이야기의 총칭’이다. 설화는 신화와 전설과 민담으로 구분된다. 제주도내에는 1만8000여 신(神)이 있다 하고 그에 얽힌 설화와 무속이 제주를 ‘신들의 고향’, ‘설화의 섬’ 등으로 일컫게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설화는 까마득한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신화·전설·민담이 아니라 현대에 창조되는 이야기를 말한다.

로렐라이 설화만 해도 근대(19세기)에 ‘창작’된 이야기이고 보면, 제주관광에서도 이 같은, 이 시대의 설화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작가 이병주는 그의 소설 ‘산하’에서 ‘태양에 바래지면 역사가 되고 월광(月光)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고 설파했다. 우리 시대에도 끊임없이 역사는 만들어지고 쌓인다.

그것이 태양에 바래기까지 오랜 세월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월광에 물든 설화도 얼마든지 있으며, 또 만들어 낼 수도 있는 것이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벌써 3, 40년 전에 관광자원이 될만한 건조물이나 노거수(老巨樹) 등에 신화나 전설을 ‘만들어 덧씌우는’ 작업이 성행했다고 한다. 이것이 오늘날에는 훌륭한 관광자원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우리도 예컨대, 제주대학교 입구에 있는 노거수에 무슨 사연을 붙여 ‘설화화(化)’한 다음 관광객들에게 소개하기를 거듭한다면 오래지 않아 관광명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목석원 주인 백운철 원장이 형상석 몇 개와 오래된 나무 몇 뿌리를 가지고 ‘갑돌이와 갑순이’ 전설(?)을 ‘창작해 붙임’으로써 지금까지도 목석원을 찾는 신혼부부나 일반관광객들의 입에서 입으로 회자되는 것을 보면 ‘관광지 설화’의 힘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얼마 전 아프리카에서 동원호 납치선원들을 취재 보도해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김영미 PD가 어느 방송 인터뷰에서 한 말은 테마형 관광자원의 중요성을 웅변해 주기도 했다. “이라크에 가면 사방이 성지예요. 아브라함의 집이었다는 곳, 성모 마리아가 지나갔다는 곳 등등, 그런 ‘전설 따라 삼천리’ 같은 곳이 이라크에는 너무 많았어요.”

'전설 따라 삼천리' 같은 곳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관광스토리텔링 공모전’을 실시하는 것도 바로 관광지 설화가 관광목적지 선정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일 터이다. 관광공사는 관광지에 담겨 있는 이야기 발굴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목적으로 이를 시행하고 있다.

 ‘관광스토리텔링’이란 관광지에 얽힌 이야기들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관광을 유도하는 것으로, 관광지가 관광객에게 의미 있는 장소로 다가서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스토리텔링을 관광에 접목시키는 첫 시도라는 데 의의가 있다고 한다.

신화와 전설은 ‘오직 회고하는 낯빛과 추억하는 말투’(김열규)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돌멩이 하나, 나무, 풀잎 하나에도 새로운 해석과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관광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테마형 관광자원 발굴에도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김   원   민 (편집국장/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