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줏셈의 현대적 발현
어린 시절에 사람에게 충고를 할 때 너 ‘사줏셈’들었다, 안 들었다 라고 평한 기억이 난다. 이 말은 제주도 사투리로 ‘세상을 살아가는데 사리분별이나 판단력유무’의 뜻이 함축되어있다. 어원을 살피면 占術(命理學)의 판단근거가 되는 四柱인 出生 ‘年ㆍ月ㆍ日ㆍ時'에서 나온 말인 것 같다. 사람이 태어나면서 사주는 발생하고 이것을 天干ㆍ地支에 의해 八字가 형성되는 것이다. 여기서 본인과 부인, 자녀 및 부모와 조부모의 운명과 유아ㆍ청년ㆍ장년ㆍ노년기 運命을 결정하는 기틀이 된다. 이를 너무 믿으면 ‘팔자타령하지 말라‘고 하여 이를 극복, 현대적인 가치관이나 사회여건이 주어진 처세를 발현하라고 했다. 중국의 四書三經의 하나인 周易도 이를 가르치고 있다. 조선조에서는 과시과목이기도 하였다. 우리조상들은 이런 틀에서 자기위치를 점치고 여기에 사회질서의 근간인 남녀, 신분, 빈부를 운명적으로 순종하였다.
희랍의 철인 ‘소크라테스’영국의 소설가 ‘베넷’이 강조한 ‘너 자신을 알라‘는 본질은 어느 위치든 정확한 자기정보를 평하고 대응하는 자세를 가지라는 의미로 이해한다. 이런 자세는 개인이나 지역, 국가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외교전략에서 자국과 세계를 바로 알고 대응을 하라는 말도 된다. 명분론에 치우치던가 길이 있는데 무지로 이를 버린다면 손실이다. 지금 전 방위에 걸쳐 ‘政ㆍ財ㆍ知ㆍ上層’의 부정과 비리로 추락함을 본다. 국민이 이를 마치‘집단적 타락증후군’으로 인식 자기부정의 합리화현상으로 변이, 사회적인 타락현상의 발생이 우려되며 최우선으로 치유할 과제다.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長ㆍ短期 발전처방
중국에서는 ‘오랜 통합은 반드시 분열하고 오랜 분열은 반드시 통합을 낳는다’(分久必合)고 했다. 공자도‘사람이 길을 넓히는 것이지, 길이 사람을 넓히는 것이 아니다’ ‘먼 앞길을 헤아리지 않으면 반드시 가까운 곳에 근심 할 일이 생긴다’고 했다 ‘예상치 못한 나쁜 일은 또 다른 화를 부른다’는 말이다.
제주도의 통합도 이런 시각에서 보려한다. 미래학자들도 미래는 통합 단순사회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보ㆍ지식의 확대는 단순사회를 만들고 그런 사회로 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제주가 먼저 가기 때문에 전체로 보면 손해일 수 있다. 이런 와중에 희생은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얻는 게 더 많으리라 믿고 따른다.
取捨ㆍ認識의先占
제주는 지금 혼돈으로 차있다. 개방과 차별화라면서 법인세인하 차단, 항공자유지역화, 전도면세지역 지연, 고령화 속에 직장의 조기 휴직과 퇴출, 전 방위에 걸친 부정부패, FTA협정 고민, 농촌부채누적, 해군기지문제, 중앙정부의 특별도 지원 소극적 자세, 제이유의 피해 등이다. 이런 상황은 진정한 변화와 개혁이란 건축의지의 필요척결이요 관건들이다. 이는 새로운 설계와 모델형성의 시련이란 지적이다. 철학적으로 보면 서양의 자기증식의 존재론적 문화가 동양의 이웃과 자연중시, 인간성추구의 관계론 적 문화와 억지로 접목하는데서 나오는 갈등이라고 걱정한다.
특별도의 정신이나 실행이 과거답습을 못 벗으면 실패한다고 본다. 국가나 세계 生滅移轉의 흐름을 취사선택, 최선의 길을 택하는데 자기희생의 화해(禾諧)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역학에서도 상생과 상극이 상호작용에 의한 운명론에서 相生만이 至高至善이 아니라 相剋의 작용이 財ㆍ官ㆍ學을 창출하는 요소로 본다. 특별도의 창조를 위해서도 지도자들이 道理로 ‘마중 물의 역할’을 해야한다. 이를 위해 ‘死卽生’의 결단이 필요하다. 법과 제도의 본질을 못 살린다면 탄생하지 못한 것만도 못하리라. 민주의 기본원리에 다수결의 원칙이 있다. 다수의 필요선택은 불가피하다. 최근에 잠재를 깨우는 희망의 움직이는 것 같다. 심해 수를 이용한 소득개발, 외국관광객체류확대, 영상미디어진흥과 영화촬영산업, 서귀포시혁신도시건설, 묘산봉 관광지개발, 돌 문화공원개원, 타 후보의 공약을 흡수한 계획의 추진 등이다. 이런 일은 우리 조상들의 出陸禁止의 굴욕, 변방의 소외를 극복하면서 ‘사줏셈의 처세’와 ‘팔자타령탈피’의지가 상통한다. 역사의 창조는 고담준론(高談峻論)의 과정도 필요하지만 특히 의사결정에 사무사(思無邪)즉 거짓 없는 정직(正直)과 신뢰는 필수다. 그리고 우리가 가진 잠재력을 발굴, 발현하는 정신과 용기, 그리고 선도는 불가결의 요인이다.
김 계 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