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계층구조 주민투표 딜레마
제주도가 행정계층구조 개편문제에 따른 주민투표를 놓고 심각한 딜레마에 빠졌다.
제주도는 일단 올해말까지 현행체제로 가느냐, 아니면 단일 광역체제로 가는냐 는 2가지 방안을 놓고 주민설명회를 거쳐 주민투표로 결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만약 주민투표에서 단일 광역체제안이 결정될 경우 하부행정구조는 별도의 의견수렴을 거쳐 특례법으로 규정, 개편안을 마련하게 된다.
문제는 주민투표발의에 따른 도민들의 투표참여가 얼마나 이뤄질 것인가다. 만약 도민 3분의 1이상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아예 개표자체가 안된다.
또한 김영훈 제주시장의 도의원 사퇴로 비어 있는 용담․이호․도두동 도의원선거가 오는 10월 30일로 예정, 주민투표법상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에 의한 선거가 실시될 때는 그 선거의 전 60일부터 선거일까지 주민투표에 따른 설명회를 가질 수 없다.
도 관계자는 “주민투표 설명회는 가질 수 없지만 행정계층구조에 대한 설명회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제주도의 입장과 달리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행정계층구조 개편 자체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충분한 도민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서귀포의 경우 행정계층구조개편에 따른 용역결과에 대해 서귀포시의회가 중심,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여기에는 지역주민들도 가세하고 있다.
김영훈 제주시장 역시 지난달 8일 취임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제주시의 동의 없이 계층구조 개편에 따른 주민투표는 안된다. 자치 시·군을 폐지하고 행정구를 두는 혁신적 대안은 이상론이며, 도와 시·군을 그대로 두고 기능만 조정하는 점진적 대안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도가 행정계층구조개편에 따른 주민투표를 실시해도 유권자의 3분의 1이상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개표도 못하는 낭패를 겪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제주도가 고민에 빠진 것이다. 제주도로서는 시·군과 지방의회를 설득하지 못할 경우 현실적으로 행정계층구조 개편안을 투표로 붙이기에는 위험부담이 따른다.
도 관계자는 “쉽사리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히면서도 “이 문제는 어떤 식으로라도 찬반 결론이 나야 한다”면서 일단 추진의지를 밝혔다.
김태환 지사도 지난 3일 가진 직원 월례회의를 통해 "특별자치도가 교육자치와 경찰자치 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핵심은 계층구조의 개편문제로 현행대로 유지하는 방안, 시와 군을 없애 행정구로 두는 방안, 아예 도와 읍면동만 두는 방안 3가지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면서 "7월중에 최종안이 나오면 8월에 도민들의 의견을 집약 시켜 나가겠다"고 말해 8월에 주민설명회를 실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투표결과 현행 체제와 별반 다름없는 점진적 대안이 선택될 경우 도출될 문제도 만만치 않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밝힌 제주특별자치도와 관련 제주도가 교육자치와 경찰자치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만큼 지금의 행정계층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계층구조로는 타시도와 대별되는 특례조항 마련 등 특별자치도 추진에 따른 요구 사항이 무리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현행 체제에 익숙한 도민들이 과연 시·군을 없애는 읍면동안 또는 시·군을 대신할 행정구안을 수용할지 여부가 앞으로 풀어야 할 최고의 관건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