行政市 폐지, 빠를수록 좋다

2006-08-01     제주타임스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의 행정 계층 구조가 매우 기형적이다. 도대체 제주도의 행정계층이 도와 시, 그리고 읍-면-동 3단계 구조인지, 아니면 도와 읍-면-동 2단계 구조인지 명확하지가 않다. 외형상으로는 제주도 산하에 엄연히 2개 통합행정시가 있고, 그 행정시 밑에 읍 면 동이 있으니 3단계 행정 계층 구조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개 통합행정시는 ‘제주도 행정체제 등에 관한 특별법’으로 올해 7월 1일부터 독립된 시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린 시다. 이 특별법에 따라 자치단체였던 종전의 제주시, 서귀포시, 남-북군은 없어졌고, 대신 2개 통합 행정시가 탄생했다. 하지만 행정시는 자치단체가 아닌, 제주도의 출장소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인사권, 예산권 등이 도에 귀속돼 있고, 모든 지시도 그에 따라야 하니, 말이 제주시요 서귀포시이지 시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채 소아마비 상태인 셈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제주특별자치도는 실질적으로 도와 읍-면-동 2단계 행정 계층 구조로 보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이렇듯 제주도의 행정계층 구조는 3단계 같기도 하고 2단계 같기도 한 어정쩡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그 어정쩡한 것만큼이나 행정 각 분야도 시행착오를 일으키고, 도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등 어정쩡해지고 있다. 자치도 출범 한 달을 넘겼음에도 말이다.

사실 행정계층 구조 개편론이 대두 됐을 때 뜻 있는 도민들의 생각은 지금과 같은 체제가 아니었다. 중간 행정 계층인 4개 시-군 기초자치단체를 완전히 폐지, 제주도를 단일 자치단체로 개편하되 그 체제를 시 체제로 하든, 도 체제로 하든, 산하에 읍-면-동만 두는 확실한 2단계 행정 계층 구조로 하자는 것이었다.

특히 단일 자치단체 명칭도 ‘제주도’보다는 광역시로서의 ‘제주시’ 혹은 ‘제주특별 자치시,로 하는게 좋다는 견해도 있었다. 어떻든, 행정계층 구조 개편의 목적은 행정의 저비용 고효율, 지역의 균형 발전, 각종 개발-보존 및 지역 사업의 통일성 확보, 주민 편의 위주의 행정 추진 등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 구조개편론은 4개 기초자치단체의 폐지문제 때문에 찬반 양론으로 나뉘어지게 되었고, 급기야 일부 도민들로부터 강한 반발에 부딪치게 되었다. 결국 제주도를 비롯한 행정 계층 구조개편 추진위원회 등 관계 당국자들은 주민 투표 통과를 걱정한 나머지 반발세력을 무마하기 위해 자치권 없는 허수아비 같은 2개 통합 행정시를 만들어 버렸다.

그러다 보니 지금의 행정 계층은 3단계도 아니요, 2단계도 아니며, 그렇다고 일단계는 더더욱 아닌 괴물과 같은 형태가 되고 말았다. 제주특별자치도의 행정 계층 구조 개편이 당초 목적대로 예산 절감-행정 능률제고-지역 균형 발전-각종 사업 통일성 유지-주민 편의 등을 가져오려면 현행 2개의 행정시를 폐지해야 한다. 그것도 가급적 빠를수록 좋다.

그리고 그와 아울러 읍-면-동에 업무를 대폭 이양하는 한편 그에 따른 인력-기구-직급 등을 획기적으로 상향조정해 주어야 한다. 이를테면 읍-면-동의 규모에 따라 필요하면 과(課) 혹은 국(局)제도까지 도입해야 하며 동장이나 읍 면장의 직급도 높여 공무원들의 승진 기회도 넓혀 줄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할 때 일선 행정력이 대폭 활성화 돼 행정 구조 개편의 진면목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들리는 소식으로는 제주특별자치도 당국이 도내 43개 읍-면-동 행정 구역을 통폐합 등으로 재 조정한다고 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그것은 행정시 폐지와 동시에 이루어져야지 그렇지 않으면 제2의 행정 난맥상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어쩌다가 행정 계층 구조 개편이 기형적으로 돼버렸지만 그래도 기대하는 효과는 점차 나타나고 있다.

예상 연간 행정비용 절감액 890억5800만원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지난 7월 이후 6개월간의 절감액이 8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이어서 앞으로 기대를 걸게 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혁신도시를 서귀포시로 가져간 것도 행정구조 개편에 따른 지역균형 발전 정책의 일환이다. 제주도 당국이 용단을 내려 2개 행정시를 빨리 폐지, 예산을 절약하면서 일선 읍-면-동을 혁명적으로 확대 개편-강화해 간다면 모든 면에서 제주 지역은 확 달라질 것이다.

김   경   호 (상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