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1조원 시대

2006-07-23     김용덕

우리들의 외침

한미FTA로 전국이 뜨겁다. FTA는 한미관계만이 아니다. 앞으로 터질 다른 국가와의 협상도 즐비하게 남아있다.

이 협상에서 유리한 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지사다. 문제는 협상 품목이다. 여기서 수입돼선 안될 쌀과 주요 지역 특산물에 대한 관세 철폐 등으로 농심이 크게 상처받고 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대규모 집회가 바로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어찌 됐든 협상은 결론난다. 우리측에서 제기한 1단계 협상제외를 비롯 2단계 3년, 3단계 5년, 4단계 10년, 기타 등 5단계가 체결됐다.

여기서 쌀과 감귤이 10년 후 관세철폐 품목으로 결정되더라고 그 때 가서는 경쟁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미국과의 협상과정에서 기타 단계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 때를 대비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없다.

쌀만이 아니다. 제주에선 바로 감귤이 쌀이다. 제주경제를 지탱하는 생명산업이기 때문이다. 모든 면에서 전국 1%라는 등식은 여기서는 안된다. 감귤은 이미 전국적인 국민 과일이다.  감귤을 쌀과 같이 이번 협상에서 제외시켜 달라는 제주농가들의 외침이 여기서 나온 것이다.

생명을 지키는 것은 살아 있기 위한, 살기 위한 것이고 더 나아가 살아가기 위한 이유다. 제주경제의 중추인 감귤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몸부림은 바로 이 생명과 연결된 것이다. 때문에 이를 전국 1%로 비하하면 안된다. 우리들의 외침이다. 


                                                           말로는 안된다

 

한미FTA협상에서 감귤을 협상품목에서 제외시켜 달라는 우리들의 외침이 산메아리처럼 우리에게 다시 돌아오는 공허함이 감지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준비해야 한다. 그 때가 5년이 됐든 10년이든 가장 빨리 올 시기를 대비, 살아가기 위한 대책마련이 가장 시급하다.

지금과 같은 안주의식(安住意識)에서 탈피해야 한다. 남이 하면 따라하는 이른바 ‘놈의 대동’도 안된다. 무임승차는 더욱 곤란하다.

농가들의 인식전환 없이는 살아남지 못한다. 살아갈 길도 없다.

비단 감귤산업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작물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작물의 생명을 좌우하는 농가들의 자구노력 없이는 안된다.

사실상 우리 농민들은 알고 있다. 고품질 감귤생산만이 살 길이라는 것을. 그러나 말로만 떠들면 안된다. 실천이 따라야 한다. 그러나 실제 고품질 감귤 생산을 위한 몸부림은 없어 보인다. 말로만 떠드는 언어도착(倒錯)에 빠져 있다.  

제주도 당국도 체감력이 없어 보인다. 최근 3년간 감귤유통명령제 실시로 값이 좋다보니 안주해 있다. 당장 피부로 느껴야만 대책을 세우는 것은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에 불과하다. 지금 우리가 실천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로드맵화, 단계별로 추진해야 할 때인 것이다.


                                                    개방형 시장환경에 대비해야

 

요즘 농협이 바쁘다. 그런데 이를 행정당국이 몰라주고 있다. 세계가 한 곳에 몰리는 개방형 시장환경에 대비하기 위한 농가교육에 주력하고 있는 것과 달리 행정당국은 이에 따른 정책개발에 무디다.

최근 김태환 도지사가 도내 기관단체장과 조찬간담회를 가진 적 있다. 이 자리에서의 가장 큰 얘깃거리는 두말할 나위 없이 경제살리기였다.

감귤을 비롯 건설, 관광 모든 면에서 자구노력도 중요하지만 정책적 지원을 지금 보다 더 해달라는 주문이 이어졌다.

그 가운데 제주의 생명산업인 감귤 공동브랜드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 제주도지사의 품질인증제 도입 실천을 위한 조례제정 건의가 있었다.

김태환 지사의 답변은 깊이 있는 파악을 통한 검토였다. 농가의 살이 썩어 들어가야 약을 주겠다는 뜻의 깊은 파악인지는 몰라도 제주경제의 버팀목인 감귤 브랜드 통합과 품질인증제 실시는 제주감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다.

여기에 부합되기 위해서는 농가들의 경쟁은 필수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보다 더 좋은 값을 받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경쟁이다. 이를 유도하는 것이 바로 정책이다.

적자생존의 원칙이 아니더라도 수입산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에 당국이 팔짱껴선 안될 일이다. 검토만 하다보면, 말로만 하다보면 죽을 수밖에 없다. 죽을 수는 없지 않은가. 


김   용   덕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