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방의 축제 '산지천 예술마당'

2006-07-18     제주타임스

요즘 제주시 산지천 분수대 광장에서는 목,금,토요일 저녁마다 예술마당이 펼쳐지고 있다. 이 예술마당은 제주문화의 독창성과 전통성을 널리 알리고 나아가서는 제주문화의 독창성을 바탕으로 하여 제주문화의 경쟁력을 다지는 데 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경제발전 과정에서 점진적으로 침체되고 있는 제주시의 구도심권 상권살리기 차원에서 문화가 있는 거리를 조성하여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있다. 이 축제는 7월 13일에서 8월 26일에 걸쳐 열리고 있는데, 그 프로그램을 보면 풍물패공연, 퓨전국악 및 민속악, 타악기앙상불, 팝오케스트라, 사물놀이, 각설이타령, 연극공연, 스포츠댄스, 취타대공연, 판소리마당, 살사댄스아카데미, 남사당연회 등이 요일별로 다채롭게 마련되고 있다. 따라서 산지천을 찾는 제주도민과 관광객은 저절로 신명나는 분위기 속에 젖어들게 될 것이다. 이번 이벤트의 큰 특징이라면 그동안 밋밋하게만 느껴졌던 산지천의 분수대 광장에 동적인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제주전통 문화가 살아 숨쉬는 새로운 명소를 탄생시켰다는 점이다. 이 행사는 앞서 프로그램에서 보았듯이 국악, 현대음악, 무용, 연극 등을 선별하여 해당 분야에서 공연하는 문화예술 관련 단체를 참여시킴으로써 행사에 참여하는 단체에게는 공연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행사장을 방문하는 관광객과 시민에게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제주밤의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다. 산지천은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생태적으로 복원된 하천이다. 그렇지만 그동안 이 하천에서는 이벤트가 없는 관계로 생태하천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데에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행사를 통해 산지천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홍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관광지에서 도심의 이벤트는 매우 중요하다. 지역주민의 입장에서 보면 산업화 과정에서 경험하는 매마른 정서에 감정을 이입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고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야간에 즐길 관광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필자가 오래전에 이탈리아 로마의 ‘젊은이의 광장’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이 광장에서는 비교적 조용한 가운데 조그마한 공연이 열리고 거리의 화가들은 방문객에게 초상화를 그려주거나 아니면 자기가 손수 화선지에 그린 그림을 팔고 있었다. 사실 문화가 없는 관광지의 밤은 요란스러운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쓸쓸한 것 같다. 그래서 문화 중심의 야간관광상품이 없는 관광지는 그 생명력이 없기 때문에 세계적인 관광지가 될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제주시가 시도하는 이번 이벤트는 처음이라 어색할 수도 있지만 필자의 소감은 진지하게 연주하고 공연하는 예술가의 모습이 한여름 밤의 별빛만큼이나 아름답다는 것이고, 간이의자에 몸을 맡기거나 뒤편에 서서 감상하는 시민과 관광객 또한 그 모습이 아름답다는 것이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축제마당을 찾은 관광객들이 마음 속에 남는 여운과 함께 갖고 갈 수 있는 조그만 기념품이 하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관광지로서의 제주의 밤은 축제가 있을 때 아름다운 것이다. 그 축제는 축제 공연자와 관객이 함께 할 수 있는 축제일 때 최고의 축제가 될 수 있으며, 축제장을 떠날 때 여운과 함께 축제를 기념할 수 있는 그림 하나쯤 구입해 갈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제주 산지천의 예술마당이 제주의 한여름 밤을 잠시 달구는 한시적인 축제로만 머물지 말고 산지천에서는 축제가 밤마다 축제가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이러한 필자의 바램이 이루어질 때 산지천은 이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생태문화 하천이 되리라고 본다. 아름다운 물소리 그리고 그 물소리보다도 더욱 아름다운 제주의 소리가 언제나 머금고 있는 산지천을 기대해 본다.

고   승   익(제주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