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난시스템도 안 먹혀

나사풀린 특별자치도 태풍 대응태세 실태...

2006-07-12     정흥남
“여름철 태풍내습이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특별자치도 출범으로 종전의 시.군 폐지가 하루 아침에 단행된 것도 아닌데...”
제주도 감사위원회는 12일 제3호 태풍 에위니아 내습에 따른 직원들의 근무상태 점검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같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태풍 에위니아 내습은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붕 떠 있는 듯한’제주도청의 모습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우선 제주특별자치도의 재난상황을 최 일선에서 책임지고 전담, 처리해야할 소방방재본부의 대응태세가 문제가 됐다.
소방방재청은 국가재난시스템(NDMS)에 의해 태풍 북상에 따른 전 직원 비상근무를 제주도소방방재본부에 통보했다.
그런데 제주도 소방방재본부에 파견돼 있던 소방방재청 파견관은 소방방재청에 제주도는‘제주도 표준행동 매뉴얼’에 따라 1/5만 근무하면 된다고 설명한 뒤 1/5만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제주도와 행정시간 판이하게 다른 ‘비상근무형태’도 문제가 됐다.
행정시는 기존 시.군의 관례에 따라 태풍경보가 발령될 경우 전직의 1/2근무를 실시했다.
이 같은 근무형태는 이번 태풍 내습 때도 동일하게 이뤄졌다.
일부 읍면사무소의 경우 100% 전 직원이 근무하는 곳도 목격됐다.
그러나 특별자치도 심장부인 제주도청은 달랐다.
제주도청은 태풍경보가 발령돼도 전체 직원 가운데 1/5만 근무하면 된다.
결과적으로 읍면동 사무소는 직원들이 저지대 상습침수지역 등을 살펴보며 빗속을 누빈 반면 제주도청 직원들은 대부분 집안에서 한가한 시간을 즐겼다.
감사위원회는 이에 따라 태풍 등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통일된 행동 매뉴얼’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이번 감사위원회의 감사는 제주도의 ‘한심한 상황전파’도 도마에 올랐다.
소방방재본부는 태풍이 내습하던 지난 9일 내부 전자문서를 통해 직원들의 출퇴근 등 근무를 총괄하는 총무과에 태풍주의보 발효에 따른 공무원 1/10근무를 이날 오후 5시에 협조요청 형태의 문서로 발송했다.
이 같은 문서를 접수한 총무과는 당연히 각 부서에 문서로 시행하던지 아니면 모든 직원에게 문자메시지(SMS)를 발송, 태풍정보를 알려야 하는데도 각 주무부서에만 비상근무토록 전화로 조치했다.
더 나아가 7월 1일로 제주도청에 편입된 보훈청과 직업안정사업소, 노동위원회 등에는 재난비상근무 매뉴얼조차 제대로 전파하지 않아 긴급재난에 대응하는 취약한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