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왁스코팅 시비

2006-06-26     김용덕 기자

끊이지 않는 찬반논란

“감귤왁스코팅은 필요악이다”
필요하면서도 악적인 존재라는 얘기다. 때문에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제주발전연구원이 내놓은 2004년 5월 감귤유통조절명령제 종합평가보고서에는 감귤농가의 72.8%가 왁스코팅을 반대했다. 소비지도매인 역시 73.8%가 반대했다.
또 제주대 아열대농업 생명과학연구소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04년 4월 감귤유통구조개선을 위산 시장조사연구에서도 감귤농가(77.6%), 작목반선과장(52.0%), 농협직원(68.7%), 공무원(75.0%) 등이 왁스코팅을 반대했다. 특히 소비자들의 경우 왁스코팅 사실을 모르고 있는 상태(73.4%)에서 왁스코팅 인지시 구입치 않거나 소비를 줄이겠다(66.6%)고 했다.
도내 선과기의 경우 화염열풍 건조방식으로 왁스코팅하고 있다는 점에서 건조과정에서 열에 의한 품질 및 신선도가 떨어질 우려를 깊게 하고 있다. 또 45만t을 처리할 경우 드는 왁스코팅 비용만 연간 10억원이다.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반면 윤기 및 광택촉진을 위한 소비자 선호도 증가로 왁스코팅을 해야만 가격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찬성의견도 많다. 특히 왁스코팅을 금지 시킬 경우 상인은 지키지 않고 계통출하하는 농가만 지키게 되면 오히려 지키는 농가만 피해를 본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선과기 구조개선없는 왁스코팅 금지는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입산 감귤이 대부분 왁스코팅해서 들어오는데 제주산 내수 감귤을 왁스코팅 처리하지 않을 경우 소비자의 외면은 불 보듯 뻔하다는 얘기다.
특히 최근 설문조사에서는 산지유통인 뿐 아니라 농협유통관계자, 중도매인 70% 이상이 감귤왁스코팅을 찬성하고 있다. 또한 4개 농협만 감귤왁스사용 금지를 찬성했을 뿐 16개 농협은 사실상 감귤왁스코팅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화장감귤과 자연감귤

사실 감귤왁스코팅은 눈속임이다. 현재 감귤 선과기를 통해 흠집이 발생할 경우 이를 감싸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왁스코팅이다.
상인들도 왁스코팅 해 줄 것을 바란다. 그냥 밋밋한 감귤보다 척 봐서 반짝 반짝 윤이 나는 감귤에 소비자의 눈과 손이 가기 때문이다.
광택나는 수입산 오렌지도 다 왁스코팅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소비자들의 눈을 현혹시켜 보다 많이 팔려는 상술에 기인한 것이다.
특히 감귤의 대외경쟁력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 왁스코팅은 절대적이란 얘기도 있다. 이를 하지 않을 경우 경쟁력 저하로 제주감귤산업에 막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는 것이다.
왁스코팅 자체가 인체에는 해가 없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최근 설문조사에서 왁스코팅 사실을 알 경우 사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화장하지 않은 자연미인 그대로 감귤을 내놓자는 주장도 무게를 더한다. 건강차원에서 웰빙음식을 추구하고 있는 시점에서 포장은 깨끗하게 하되 속 내용은 있는 그대로의 감귤을 담아 놓자는 것이다.
화장 감귤과 자연 감귤, 그 선택은 소비자가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갈짓자 정책

제주도는 204년 7월 ‘제주도 감귤생산 및 유통에 관한 조례’를 개정했다. 주요 내용은 “감귤을 왁스 등 과일표면 피막제를 사용해 유통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이를 2년 유예기간을 거쳐 2006년 7월 1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규정을 위반할 경우 출하량 등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키로 하는 등 집중 단속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제주도는 시행을 앞두고 돌연 이를 사실상 무기한 연기했다. 즉 단속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선과기가 개선안됐다는 이유다. 당시에도 선과기 구조개선이 개정 감귤조례 시행 조건이었다. 이를 위해 2년간의 시행유예기간을 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도내 감귤선과장은 옛날 그대로다. 개선은 커녕 개선노력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돈이 들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농협제주본부에서 열린 감귤협의회의 회의결과도 “감귤선과기의 구조 개선이 없는 한 감귤왁스코팅 금지는 현실적으로 무리다”면서 사실상 왁스코팅 반대입장을 밝혔다. 2년전과 똑 같은 얘기다.
제주도는 이를 수용, 이번주 감귤출하연합회 회의를 통해 사실상 조례시행이 어렵다는 입장과 함께 감귤조례 재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농가 입맛대로 놀아나는 제주도의 정책 혼선도 문제지만 선과기 구조 개선을 위한 농가들의 노력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김   용   덕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