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구 없는 불륜의 사회

2006-06-22     제주타임스

며칠 전 신문에서 한국이 세계 선진 12개국 중 성희롱ㆍ성추행 등 성범죄 발생률 2위라는 통계를 봤다. 그리고 오늘 모 지방신문에서 오늘날 대학생들은 혼전성관계는 결혼과 무관하다는 답변이 70%라는 기사를 보았다. 이 기사는 4월25일부터 5월27일까지 결혼정보회사 비에나래(www.bien.co.kr)에서 수도권ㆍ지방의 8개 대학재학생에 대한 설문 결과이다.
드라마를 보아도, 우리나라는 가히 ‘불륜공화국’이다. 한겨레신문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지상파 방송3사의 방영드라마 모두23편 가운데 불륜코드가 전면에 드러나지 않은 작품은 고작 8편뿐이고 65% 가량의 드라마는 어떤 형식으로든 불륜을 극 전개의 주요장치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 하였다. 국회에서 헌법개헌에 충족되는 비율이다.
우리나라는 유부녀의 50%가 애인이 있다는 설문조사와 함께 애인이 없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보는 사회가 되었다. 혼전 순결을 외치는 사람은 오히려 미개인으로 치부되는 사회, 결혼과 성을 별개라고 밝히며 나아가 성문화에 있어 ‘결혼을 굳이 전제조건으로 하지 않은 이성간의 접촉은 괜찮다’라고 서슴없이 밝히는 사회, 이는 각종매체를 통한 성에 대한 얘기와 화제가 한 몫을 거들었다고 보아도 과언은 아니다.
숨겨져 있던 내면에서 넘쳐나는 성에 대한 욕구 분출에 따른 불륜은 공권력도 통제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구나 상대적인 박탈감 충족과 상대에 대한 불만족스런 성에 대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외간 남.녀를 통해 이를 해소 하려는 동물적 본능이 우리 사회를 불륜의 사회로 만들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각종 성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들어 여풍이 불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우리사회에는 남성주도적인 성문화가 여성을 성적대상으로 치부하는 일부 남성들이 없다고 할 수 없으며, 또한 일부여성들도 자신의 젊음을 자본으로 왜곡되게 생각하는 여성들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성전문가에 따르면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른 성적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한 연구결과를 빌리면 남성은 자신의 파트너가 다른 남성과 성적으로 열정적인 밤을 보냈다는 상상에 더 많은 질투를 느꼈으며, 여성은 자신의 파트너가 다른 여성과 정서적으로 깊은 애정을 가졌다는 상상에 더 많은 질투를 느낀다고 한다. 또한 남성은 여성이 성적관계를 거절하면 정서적인 사랑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는 반면, 여성은 남성이 정서적인 교류를 거절하면 성적인 거절로 받아들인다.
이러한 남녀의 인식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뜻대로 상대의 의도를 해석하는 것은 연인. 배우자 등 가까운 관계에 있는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만 여기고 그들에게 잘못된 강요를 하는 결과를 가져 올 수 있으며, 여성 또한 자연적으로나, 의도적으로 표현과 행동이 성적으로 비칠 수 있는 구석을 만드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남자와 여자, 실은 서로 차이(be different)로 인해 매력을 느낀다. 그러나 올바른 이해와 배려 없이 ‘나’만을 강조하고 ‘내 생각’이 곧 ‘당신의 생각’이라는 태도를 갖는다면 이는 가까운 이성관계에서의 갈등과 폭력이 씨앗이 되어 어둡고 더러운 동물의 본능과 흡사한 성문화가 창출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불교, 기독교 등 각종 신도수가 국민의 2/3가 넘는 국가이다. 그러나 성 철학은 없다. 불교의 법어에 “정욕이 불꽃이 타는 대로 쫓아가는 사람, 오욕이 점점 크게 자라는 대로 방임하는 사람, 이 같은 사람은 자기를 쇠사슬로 결박 짓는 사람이다.”라고 말한 부처님의 말씀을 다시 한번 우리 모두 되새김(feedback) 해야 한다. 그래야 인간이 중심이 되는 밝은 사회를 지킬 수 있을 것만 같기 때문이다.

김   찬   집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