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변화
달라지는 두 가지 제도
최근 검찰과 관련해 두 가지 눈 여겨 볼 만한 보도가 있었다. 대
검찰청이 구속영장 청구 기준을 마련한 것과 법무부가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를 검사로 대거 영입한다는 발표였다.
'구속영장 청구 기준'은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기준'과 맥을 같이
한다. 법원에 이어 검찰도 '인신 구속 신중'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하긴 구속영장 청구 기준은 예규여서 법적 구속력은 없다. 물론
상명하복(上命下服)의 통일적 조직의 검찰 체계상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예규는 방침이 될 수 있다.
검사가 곧 단독 관청이긴 하나, 상부와 상관의 정당한 지시를 거
부할 수 없는 곳이 검찰 조직인 만큼 대검이 설정한 구속영장 청
구 기준은 제대로 이행될 것으로 본다.
형사 피고인은 형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되는 것이 원칙
이다. 헌법의 취지대로라면 모두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통해 인
신구속을 해야 한다.
그러나 수사상 구속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있다. 죄질이 무겁
고, 증거 인멸 및 도망의 우려가 있을 때 등이다. 최근 성폭력, 성
매매, 강도, 강간, 음주운전 사고 등은 구속수사 추세로 가고 있
다. 반사회적 범죄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들 범죄에 대해선 별 무리없이 사법처리를 하고 있다.
문제는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 기업 및 공무원 비리 등 이른바
'화이트 칼라' 범죄의 경우 여전히 '고무줄 잣대' 논란에서 자유롭
지 못하다.
정치권력과 재력 등 강자(强者)에 약하고, 힘 없는 시민 등 약자
(弱者)에 강한 검찰의 이미지를 완전히 털어내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여기에는 법원도 예외는 아니다.
유사한 사건이라도 사건을 맡은 변호사의 영향력 여하에 따라 양
형이 높아지기도, 낮아지기도 한다. 변호사의 영향력은 능력일 수
도 있지만, 고액의 수임료일 수도 있다.
더 엄격히 따지자면 검찰과 법원의 문제라기 보다는 추상적인 법
(형사소송법 등)이 더 문제다. 그러다 보니 해석에 따라 구속과
양형이 들쭉날쭉, 제각각일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처럼 난해한
문제를 '정의'라는 법의 정신대로 슬기롭게 풀어나갈 사람 역시
판.검사들 뿐이다.
검찰 내부부터 변해야
그러고 보면 변호사의 검사 영입 확대가 곧 검찰 조직의 쇄
신을 가져오리란 보장이 없다. 법무부는 검찰의 경직된 조직
문화에 개방성과 유연성을 불어넣기 위해 인권의식과 전문성
이 뛰어난 변호사를 전체 검사의 50%까지 임용한다는 방침
이지만,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닌듯 하다.
보다 필요한 것은 검찰 스스로 내부 조직을 유연성 있게 바
꿔나가는 것이다. 스스로 달라지지 않고 영입한 변호사들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설득력이 약하다.
경직성과 유연성이란 조직의 형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
이지, 경직된 조직체계를 그대로 둔 채 인권의식과 전문성이
뛰어난 변호사들이 들어온다고 해서 유연해질리 만무하다.
유능한 변호사는 변호사로서 유능한 것이지, 검사로도 다 유
능할 수는 없다. 오히려 검찰내부 조직 체계에 변화를 줘 검
사들을 인권검사화 하는 노력이 더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변호사의 검사 대거 영입보다는 소수 영입을 통해 흔들
림없는 검찰 본연의 수사권을 확보해 나가는 일부터 선행돼
야 한다. 설사 능력 있는 변호사들이 영입된다 해도 조직 운
영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조직에 동화되기도 어렵고, 변호사
생활에 젖은 타성 때문에 검사로서의 직무도 크게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지역사회와 검찰
검찰은 국가기관이지만, 지방자치가 정착되면서 나름대로 지역과
호흡을 같이하는 검찰로 다가가려 하고 있다. 제주지검도 '지역사
회 속의 검찰'을 중시하고 있다. 이 또한 최근 달라지는 검찰의
모습이다.
지역사회라고 해서 검찰 본래의 기능이 다를 수는 없다. 다만, 지
역의 특성에 따라 범죄 처리에 약간의 차별성은 부여될 수 있다.
이에 대한 인식은 지검과 지법이 대체로 유사하다. 모두 관광, 환
경, 음주운전, 성폭력 사범 등에 구속과 양형을 적극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얼마전 황인정 제주지검 차장검사는 '지역사회의 눈 높이에 맞추
는 검찰'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공무원 선거개입 혐의 수사와
관련해 한 발언이다. 이 영역에는 1차 소환 조사를 받은 김태환
도지사 당선자도 포함돼 있다.
물론 '지역사회 속의 검찰'을 강조한 원론적인 말일 테지만, 미묘
한 시기에 미묘한 느낌을 주는 발언이어서 세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 말의 진의가 과연 무엇인가를 놓고 해석은 분분하다. '김 당선
자에게 유리한 뉘앙스다'. '아니다. 김 당선자가 사법처리될 것을
예상한 사전 충격 완화 요법이다'는 등 주로 두 갈래의 분석이 나
오고 있다.
어떻든 '지역사회의 눈 높이에 맞추는 검찰권' 행사는 바람직하다.
다만, 이 또한 지역 주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야 한다는
전제가 따라야 한다. 그러한 공감대는 '법과 원칙'에 의한 것일 때
가능할 것이다. 결국 '눈 높이'에는 맞추되 '법대로'라야 한다는 것
이다. 전국 검찰의 변화, 그리고 지역사회 검찰의 변화 모두 지대
한 관심사다.
김 광 호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