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歸去來

2006-06-15     제주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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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앞으로 약 1년 8개월쯤 남아 있다. 오는 2008년 2월이면 퇴임하게 되니까 말이다.
그래서인지 벌써부터 노무현 대통령 퇴임 후의 거취(去就)에 대한 얘기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엊그제 들려 온 소식으로는 노 대통령이 퇴임하게 되면 고향인 경상남도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내려가 정착할 것이라고 한다.
그는 고향에 살면서 청소년 수련에 주력하는 외에, 화포천 등 생태계 보전에도 힘쓸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신선하고 상쾌한 소식이다. 만약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한 뒤 고향으로 내려가 살게된다면 대한민국 건국 후 첫 귀향 전직 대통령이 되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바람직한 일이며, 듣기에도 기분 좋은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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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게 아니라 정부 수립 이후 우리 나라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 말고 8명이나 되었지만 퇴임한 다음 고향으로 돌아간 경우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고향이 황해도 평산이었기에 귀향할 수도 없었지만 4.19혁명으로 망명지 하와이에서 쓸쓸히 병사해야 했다.
윤보선 대통령의 고향은 비교적 서울에서 가까운 충청남도 아산이었다. 그러나 그도 5.16군사쿠데타로 하야(下野)했으나 고향으로는 내려가지 않았다. 경상북도 선산이 고향인 박정희 대통령은 고향에 정착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성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그 이후 강원도 원주가 고향인 최규하, 경상남도 합천이 고향인 전두환, 대구가 고향인 노태우, 거제도가 고향인 김영삼, 전라남도 신안이 고향인 김대중 등 현재도 생존해 있는 여러 전직 대통령들은 하나 같이 낙향하지 않고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
물론 이들 전직 대통령들이 귀거래(歸去來)를 하지 않고 있는데는 각자 생각과 사정이 있어서 이겠지만 혹시 왕년의 청와대를 못 잊어 서울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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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만 해도 퇴임 후 자연스럽게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전직 대통령이 많다고 한다. 땅콩 농장 출신은 땅콩 농장으로, 목장 출신은 목장으로, 해촌 출신은 해촌으로, 산촌 출신은 산촌으로 귀향해서 또 다른 의미의 여생을 보낸다고 한다.
우리의 전직 대통령들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원주 사람은 원주로, 합천 사람은 합천으로, 대구나 거제 신안 사람은 또 그곳으로 낙향해서 고향 사람들과 더불어 세상사를 논하고, 민심을 살펴 현직 대통령에게 얘기도 해 주는 등 사람 냄새 나는 삶을 누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고향이 좋다는 것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공통된 의견일 것이다.
인간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 그것도 일종의 귀소본능(歸巢本能)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대통령을 하고 나면 고향이 그립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귀소본능마저 마비되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다면 왜 전직 대통령들은 그 비좁은 서울에만 눌러 사는 것일까.
타향살이 하는 서민들은 귀향하고 싶어도 박토 한 평, 오막살이 한 채 없으니 고향 쪽 하늘만을 쳐다보고 산다.
대통령을 지낸 분들이야 어디 그런가. 노무현 대통령이 소식대로 퇴임 후 고향으로 돌아가 정착하는 첫 전직 대통령이 된다면 그것은 참으로 멋있는 일이다. 꼭 그렇게 하기를 바란다.

김  경   호 (상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