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자치도 차분하게…
앞으로 3주후면 제주는 지금과 전혀 다른 형태의 행정체제를 유지하게 된다.
수십 년간 유지해 온 제주도와 4개 시.군으로 이어져 온 골격이 사라지고 대신 제주도와 2개 행정시로 재편된다.
독립된 정부형태를 흡사하게 닮은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게 되는 것이다.
제주 전역이 특별자치도 환영일색으로 채색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법적 토대가 되는 근거법률은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다.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으로 불려지고 있는 이 법은 제1조(목적)에서 ‘제주도의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을 살리고 자율과 책임, 창의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되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설치해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보장하고, 행정규제의 폭넓은 완화 및 국제적 기준의 적용 등을 통해 국제자유도시를 조성함으로써 국가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고도의 자치권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에 따라 중앙정부의 국회와 흡사한 형태를 가진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탄생한다.
새롭게 탄생하는 특별자치도 의회는 폐지된 시.군의회 기능뿐만 아니라 교육위원회 기능까지 포함하는 기능을 갖게 된다.
전국 최초로 치안유지 기능을 가진 자치경찰이 활동을 시작한다.
특히 자치권 보장 차원에서 그동안 정부 각 부처별로 실시해 온 제주도 등에 대한 감사가 ‘지방감사원’인 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가 담당한다.
특별자치도지사는 과거에는 생각할 수 가 없던 각종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적어도 제주는 일정한 범위 내에서 중앙정부의 간섭에서 벗어나 상당한 분야에서 자율적으로 자치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기대에 못 미친 핵심산업
제주특별자치도는 이와 함께 제주지역에 대한 규제를 폭넓게 완화하는 한편 국제적 기준을 적용, 국제자유도시를 조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법 제정과정에서 ‘국제적 기준’에 해당 될만한 규제폐지는 흐지부지 됐다.
특히 핵심 산업으로 거론 돼 온 교육개방과 의료개방 역시 이해단체 등의 반발에 부딪혀 핵심문제들이 고스란히 빠졌다.
제주도는 법 제정과정에서 빠진 문제들을 ‘2단계 과제’로 분류한 뒤 차기 법 개정 때 이를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이유 등으로 제주특별자치도는 냉정하게 판단할 때 행정조직적인 면에서는 ‘제 취지’를 다소 살렸지만 이른바 핵심 산업 육성 측면에서는 변죽만 울린 꼴이 되고 말았다.
따라서 특별자치도 출범을 3주 앞둔 지금은 특별자치도 출범 그 자체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현재까지 허용된 범위 내에서’ 제주를 어떻게 업그레이드 시킬 것인가에 관심을 모아야 할 때다.
도민의 삶의 질 향상이 관건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에도 불구하고 최근 제주경제를 예측하는 지표들은 나이질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미FTA협상 등을 앞두고 제주지역 농촌경제는 더 위축되고 있다.
가뜩이나 어렵게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토착 골목상권은 속속 들어서는 대형 할인점들에 밀려 폐업이나 부도라는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고 이다.
또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젊은 인재들 역시 갈 곳을 찾지 못한 채 백수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물론 제주전체가 이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의 제주경제는 전반적으로 침체기를 걷고 있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맞이하는 제주특별자치도여서 그런지, 도민들의 기대가 남다른 것도 사실이다.
그 기대의 이면에는 산남과 산북으로 갈라진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고, 더 나아가 도민들이 삶을 윤택해 지기를 바라는 많은 기대와 희망이 있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별자치도가 출범한다고 해서 금방 도민들의 생활이 윤택해지고 지역불균형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이 문제는 영원한 숙제일런지도 모른다.
특별자치도는 지금보다 나은 사회.경제 환경을 가져다 줄 뿐 그 자체가 만명통치약은 아니다.
정 흥 남 (정치부장/편집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