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백록담에 ‘산사태’

동릉~남벽 경사지 200여㎡ 유실…구상나무 등 피해

2006-06-09     정흥남 기자
한라산 백록담 분화구 에서 부분적인 산사태가 발생, 암벽이 흘러내리면서 토양이 유실되고 구상나무 등 식생이 파괴됐다.
그러나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이같은 산사태가 발생한 지 보름이 지나도록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쉬쉬하다가 이같은 사실이 공개되자 부랴부랴 문화재청에 현장조사를 요청하는 등‘약방문 행정’을 자초해 비난을 사고 있다.
8일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등에 따르면 지난달 18일을 전후해 백록담 동릉과 남벽 사이 능선에서 산사태가 발생, 이곳에 있던 5~6t에 이르는 대형 암석 1개와 3~4t 무계의 암석 2개 등 3개의 대형 암석이 백록담 분화구 쪽으로 흐러 내렸다.
이에따라 폭 8m, 길이 30m에 이르는 경사면이 1m 깊이로 패여 200㎡정도가 속살을 드러낸 채 훼손됐다.
이에따라 이곳에 심어져 있던 구상나무 수십그루가 일부 뿌리 채 뽑히는 등 피해를 당했다.
이번 대형 암반 낙석에 따른 경사지 훼손사태는 지난달 6일과 18일 한라산에 폭우가 쏟아져 지반이 약해지면서 붕괴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달 6일 한라산 백록담 동서쪽에 위치한 진달래밭에 564㎜, 윗세오름에 525.5㎜ 등 5월중 1일 최다강수량 기록을 경신했다.
이어 지난달 18일엔 올 1호 태풍 ‘짠쯔'가 저기압을 바뀌면서 한라산 성판악 등에 145㎜의 집중호우가 내렸다.
한라산 백록담 분화구 경사지 상당부분이 이처럼 훼손됐는데도 관리기관인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이렇다 할 대책은 물론 정확한 피해면적 등 제대로 된 현황 파악조차 안 돼 빈축을 사고 있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이와 관련, “문화재청이 인위적 방법에 의한 한라산 훼손지 북구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어 복구작업이 쉽지 않은 상태”라며“특히 한라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이 신청된 상태에서 복구대책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붕괴현장을 방치할 경우 앞으로 장마철과 태풍 등으로 또다시 집중호우가 이어질 경우 2차 붕괴가 우려되고 있다.
한편 문화재청은 조만간 중앙문화재위원 등을 한라산 현지에 내려 보내 피해실태를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