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협위, ‘합의’ 의미와 전망
진통 끝에 6일 오전 막을 내린 남북 제12차 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에서 우리 측은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이번 남북 경협위가 제주에서 개최됨에 따라 제주는 남북대화의 최적지라는 평가와 함께 ‘평화의 섬’이라는 이미지를 국내외에 드높이는 효과를 얻었다.
이번 회담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던 열차 시험운행과 경공업-지하자원 협력과 관련, 열차 시험운행 확정은 실패했지만 ‘조건이 조성되는 대로 경공업, 지하자원 협력에 합의한다’는 낮은 수준의 합의를 도출해 회담 결렬이란 최악의 상황은 피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군부 개입으로 열차 시험운행이 무산되면서 냉각 기류까지 감지됐던 남북관계는 계속 이어갈 수 있는 불씨는 일단 살린 셈이 됐다.
이번 회의에서 핵심 쟁점은 열차 시험운행과 경공업-지하자원 협력이었다.
우리 측은 열차 시험운행을 명시하라고 주장했지만 북측은 열차 시험운행과 경공업 원자재 제공을 연계시키지 말자며 반발했다.
그러나 양측은 격론 끝에 ‘경공업-지하자원 협력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하고 조건이 조성되는 데 따라 발효한다’는 모호하고 우회적인 표현으로 균형점을 찾았다.
이로써 우리 측은 열차 시험운행을 북측 관심 사항인 신발, 의류, 비누 등 3대 경공업 원자재 제공과 한데 묶음으로써 열차 시험운행의 실천동력을 확보했다.
또 오는 14~17일 광주에서 열리는 남북 당국 간 6ㆍ15 공동행사와 27~30일로 예상되는 김대중 전 대통령 방북을 위한 최소한의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경공업-지하자원개발 협력에 관한 합의서 8항에 ‘남측은 8월부터 합의되는 품목의 경공업 원자재를 제공한다’고 돼 있어 합의서의 발표 조건인 열차 시험운행이 그 전에 성사될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경협위 우리 측 회담 대변인인 김천식 통일부 남북경제협력국장은 이날 “논리적으로는 열차 시험운행은 8월 이전에 마무리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8월까지는 시험운행이 이뤄질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러나 시험운행을 무산시킨 북측에 경공업 원자재 제공에 합의해준 것은 우리 측이 한발 양보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이번 회담은 한강하구 골재채취사업, 개성공단 여건 마련, 임진강 수해방지사업, 공동 방재, 경제시찰단 교환 등 예상보다 많은 합의를 도출했다는 점에서 성과가 작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합의의 상당부분은 북측 군부의 동의가 필요한 부분이어서 앞으로 예정된 군사회담이나 다음달 장관급회담 등의 추이를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