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도 選良, 역시 黨 공천 배제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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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가 칼럼 난을 통해 제주특별자치도의 도지사-도의원 후보들은 정당 공천이 배제 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었다.
그러자 즉각 어느 정당의 요직에 있는 당인(黨人)은 “당치도 않은 소리”라는 요지의 메시지를 보내 왔었다. 그가 지적한 부당성은 결코 그른 말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정당정치요, 그렇기 때문에 국가의 축소판인 시-도의 집행부나 의회 구성원도 정당 공천을 받은 사람들 중에서 선출해야 한다는 얘기다. 반듯한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주장에 공감하면서도 그것은 다른 시-도에 해당하는 논리이지 제주특별자치도에 한해서는 그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당 정치가 민주주의의 초석이라는 것은 정설로 돼 있다. 하지만 특정 자치 지역의 정치적 환경-정서에 따라서는 정당 정치가 지역 민주주의 실현을 오히려 저해 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는 아예 정당 정치를 과감히 버리고 자유분방한 무정당 정치를 실현하는 게 중앙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고 제대로운 지역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당정치가 민주주의를 실천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라면, 만약 그 보다 더 좋은 민주주의 실현 방편이 있는 특별자치지역에서는 당연히 그 길을 가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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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제주특별자치도가 그러한 지역이라야 한다. 중앙 정치판의 속박에서 벗어난 인재들이 모두 정당의 공천 없이 자유스럽게 장(長)과 의회의원 후보로 나와서 도민의 심판을 받을 수 있어야 제주특별자치도가 준(準) 국가로 자처 할 수가 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제주지역의 정당 정치 피해가 그 필요성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도의원 공천을 받기 위한 당비 대납사건, 금품수수-보험 강제 가입 혐의 사건, 열린우리당의 후보 영입과 거부라는 추태 등등 이 모두가 특별자치도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당사자들 뿐만 아니라 전체 도민들을 우습게 만들고 있다.
아마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일련의 정치적 사건들을 두고 진철훈-현명관-김태환-김호성씨 등 도지사 예비후보 선거 캠프에서는 자파들의 이해득실을 놓고 제 각각 점치고 있을 것이다.
도대체 누가 덕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본다는 얘기인지 모르겠다. 열린 우리당-한나라당의 일련의 행태들로 인해 자존심이 구기고 창피하게 된 것은 제주도민 전체다. 이러한 마당에 어느 예비후보라고 해서 득이 된다고 희희락락 하겠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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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제주도지사 후보 공천과 관련한 열린우리당의 행태를 보면서 도대체 집권당이라는 집단이 이럴 수가 있느냐는 공분을 느낀다. 물론 열린 우리당의 정략에 놀아난 장본인에게도 잘못이 있다하더라도 한나라당 처사에 반발, 무소속 출마를 거듭 다짐했던 현역 도지사를 끌어 들여 입당까지 시키려다가 거부해 버리는가 하면, 지난번 도지사 선거 이후 열린우리당을 위해 일해 온 예비후보자를 단식 투쟁하게 만드는 이런 정당이 과연 다음 대통령 선거 때 재집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5.31지방선거에서는 열린우리당-한나라당-민주당 모두 도지사 후보 공천이 완료 됐으니 어쩔 수 없다치더라도 다음 지방선거 때부터는 제주특별자치도에서만은 도지사-도의원 후보의 정당공천을 배제해야 한다. 이는 정당들보다 후보로 나서려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지금 경험하고 있듯이 도지사-도의원 후보의 당 공천을 둘러싸고 정당의 횡포에 도민들이 마냥 당할 수만은 없지 아니한가. 제주특별자치도에서의 정당정치는 국회의원 선거, 대통령 선거만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