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떨어져 사는 아이들 부모 찾아주는 경찰 될래요"

남광초교 김재홍군의 어린이날 다짐

2006-05-05     한경훈 기자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 울고 싶을 때가 많아요. 그래도 제 꿈과 희망을 놓지 않고 열심히 공부할 겁니다.”
제주시 남광초등학교 4학년 김재홍 어린이는 7년째 외할머니(77), 형(중1)과 셋이서 살고 있다. 5살 이후 부모 얼굴을 보지 못했다. 돈 벌러 외국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어리광 대상은 할머니 밖에 없었다. 재홍이는 나이가 들면서 제법 의젓해졌다. 연로한 할머니를 도와 밥상을 차리고 때로는 다리도 주물러 준다. 할머니가 없을 때는 스스로 라면을 끊여 먹을 만큼 또래에 비해 어른스럽다.
“할머니는 내가 좋아하는 스파게티를 사줄 정도로 신식”이라고 자랑을 늘어놓는 재홍이.
그러나 할머니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부모만 못한 법. “엄마가 가끔 전화를 걸어오고 선물도 보내주지만 어린이날이나 학예회 같은 때 옆에 없는 것이 너무 섭섭해요” “특별한 날 부모와 함께하는 아이들을 보면 너무 부러워요”라며 속내를 솔직히 털어놨다.
이번 어린이날에도 가족과의 계획은 없고 학교 프로그램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재홍이의 장래희망은 경찰이 되는 것이다. 부모와 떨어져 사는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를 찾아 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환경이 이렇지만 재홍이는 학교성적이 우수하고 교우관계도 좋다. 담임교사인 이진 씨는 재홍이에 대해 “부모와 떨어져 사는 여느 아이와 다르게 그늘진 면이 없고 모든 일에 적극적이고 활발하다”며 “특히 사랑을 주면 받아주고, 배려하면 고마워할 줄 아는 아이”라고 소개했다.
이 교사는 또 “일기장을 보면 할머니와 형을 걱정하는 내용이 많을 정도로 심성이 곱고 속이 깊다”며 “앞으로도 순수하고 밝은 모습을 잃지 말고 곧게 성장해 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그런 재홍이에게 요즘 근심거리가 생겼다. 할머니가 넘어져 다리를 다친 것이다. 재홍이는 “할머니가 아파도 해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며 “그저 공부를 열심히 해서 기쁘게 해 드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