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멀티 플레이어로 거듭나기 위해

2006-05-04     제주타임스

나는 여성소방공무원이다. 나의 주 업무는 死의 문턱에서 生으로의 반전을 꽤하며 환자를 소생시키는 꽤나 매력 있고 보람 있는 직업이다. 2004년 11월에 처음 발령을 받아 파출소로 출근하는 날 기쁜 마음도 잠시, 걱정이 앞섰다 “여자인 내가 남자들 사이에서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장 활동을 하다보면 여성소방관이 화재진압 하는 것을 신기하고, 때론 소방관이 아닌 여자로서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을 흔히 볼수 있다. 구급을 주 업무로 하고 있는 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구급대원, 화재진압대원 나눠서 현장 활동을 할 여유는 아직 우리에게 없다.
 멀티 플레이어(multi player) 즉 구급대원이 꼭 구급환자만 이송해선 안 된다는 말이다.
화재현장에 환자가 없으면 구급대원 역시 신속히 화재진압에 참여하여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진압하여 도민의 재산을 보호해야하기 때문이다.
여성 소방관 또한 예외는 없다. 남자 동료들과 같이 어깨를 맞대고 현장활동을 해나가야 한다. 여자로서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낄 때도 많다. 더군다나 나같은 새내기 소방관에게 화재현장에서 20kg이 넘는 장비를 착용하고 화염이 가득한 화재현장을 뛰어다니며 인명검색을 실시하고 화재진압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적이 있다. 소방관은 화재현장에서는 불을 무서워하지 않는 불새가 되어야하고, 수난현장에서는 물을 무서워하지 않는 돌고래가 되어야하며 각종 사고현장에서는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슈퍼맨이 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제주도 소방공무원은 총 550여명 이중 여성은 37명으로 전체 소방인력의 6%에 지나지 않는다. 아직까지 일선 현장에서 여성 소방공무원을 바라보는 일반인의 시선도 낯선 게 사실이다.
하지만 소방 업무에 있어서 여성에게 이러한 모든 점이 나쁜 면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강인한 체력과 다양한 현장경험의 남성의 장점이라면 여성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은 초를 다투는 환자를 대하고, 각종 안전교육 시 빛을 발하고 진가를 드러낸다.
 지금 현재 나는 분명 여러 선배들에 비해 많이 부족하고 모자라다, 물론 현장 경험면에서도 미흡하기 짝이없다. 하지만 나의 포부는 원대하다.
교육장에서 흔히 이런말을 듣는다. “여성용 화재진압이 있습니까?, 여성용 인명구조가 따로 있나요?” 이 말은 나로 인해 한번더 훈련하고, 한번더 노력하게 만든다.
이제 진정 여성 소방공무원이라고 불리기보단 소방관으로 불리고 싶다.
 히딩크 사단의 박지성이 처음엔 비록 미약했더라도 끊임없는 노력과 훈련으로 모두가 우러러 보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가 되었듯, 나또한 끊임없는 훈련과 노력으로 소방분야의 진정한 멀티플레이어가 되려한다.

강   보   영 (서귀포소방서 동홍파출소 지방소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