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모 가정' 급속증가

이혼ㆍ경제난…가족해체 부채질

2006-05-01     한경훈 기자
제주시 아라동의 A모 씨(38)는 4달 전 화재로 아내를 잃은 후 네 아이를 키우며 생활하고 있다.
청각장애인인 A씨는 겨울철 호떡 등 노점상으로 근근이 생활하는 와중에 지난 연말 화재로 거처할 곳이 없어진데다 아내마저 사망해 실의에 빠졌다.
주위의 도움으로 새 거처를 마련하고 조금은 안정을 되찾았으나 어린 자녀들과 함께 세상을 헤쳐 나갈 생각을 하면 막막하기만 하다.
A씨는 “청각장애로 다른 계절에는 일거리가 없다”며 “동사무소에서 일부 지원이 나오고 있지만 아이들 교육이 큰 문제”라고 호소했다.
A씨처럼 불의의 사고나 이혼, 경제난 등으로 인해 이른바 ‘한부모 가정’이 늘고 있으나 이들의 생활 안정과 자립 기반 여건은 취약하기만 하다.

△한부모 가정 현황=제주시 모ㆍ부자가정은 지난 연말 기준 1178세대로 1년 전 952세대에 비해 약 24% 증가했다.
이 중 78%(925세대) 가량이 모자가정이다. 그러나 전년에 비해 모자가정은 20%, 부자가정은 36% 각각 늘어 부자가정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한부모 가정 발생사유는 이혼이 745건(63%)로 가장 많고, 이어 배우자 사망 166건(14%), 배우자 가출 및 유기 115건(9.7%), 미혼모ㆍ부 69건(5.8%) 순으로 파악됐다.
이들 가운데 기초생활 수급자는 520세대로 전체 한부모 가정의 44.1%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시설 절대 부족=생활이 어려운 한부모 가정이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입소할 수 있는 복지시설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특히 부자가정을 위한 시설은 전무한 상태다. 도내 한부모 가정의 복지시설은 제주모자원 단 1곳. 모자보호시설인 이 곳은 여성 가장과 자녀를 5년간 함께 입소시켜 직업교육 지원 등 자립기반을 키워주고 있다. 그러나 정원이 43세대에 불과해 혜택을 받는 가정은 극소수다.
더 큰 문제는 ‘자녀 양육’ 면에서 보다 힘들어 하는 부자가정의 경우 이 같은 시설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6개월간 기거할 있는 임시 보호시설도 모자가정의 경우 자치단체별로 1~3개소가 있으나 부자가정은 이마저도 없다.
모부자복지법은 사실상 모자를 위한 제도일 뿐 부자가정을 위한 사회보장제도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까지는 모자가정이 부자가정보다 월등히 많고, 경제적 사회적 고충이 더 많은 것을 고려해 지원하다 보니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 같다”며 “특히 부자가정의 경우 가장의 음주ㆍ폭력 등 문제로 선뜻 나서는 위탁기관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