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직장블루스'를 감상하고
며칠 전 조천 항일기념관에서 변화와 혁신을 위한 마인드 교육의 일환으로 마련한 연극『직장 블루스』를 접하는 기회를 가졌다. 직장교육의 차원이라 사실 말하자면, 타의적이나 자의적이나 모두 포함된 의도였다고 말할 수 있다.
무대의 배경은 00군청 00과 사무실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나가고 연출자나 배우들은 한국표준협회컨설팅 교육원 소속 전문극단 단원들이었다.
판소리에는 소리꾼이 있고 고수와 그리고 추임새가 있어야 판소리다운 맛을 볼 수 있다고 했다.『직장 블루스』라는 연극에도 우리와 같은 실수요자인 관객들이 있어야 삼박자일 것이다.
공수표계장은 80년대 초를 연상하는 공직사회를 무사안일, 보신주의 등 조직내부의 허점들을 액션으로 펼쳐놓는다. 한편 복잡한 민원으로 신입직원의 겪는 애로사항과 한탕주의를 바라는 복부인의 추태와 어울러져 웃지 못 할 풍경도 전개되자 객석은 너나없이 웃음을 참지 못 한다.
배역에 따라 희로애락의 애환을 연기를 하는 배우. 개화기 이전에는 억눌린 서민들을 찾아다니며 삶의 해학과 용기를 베풀어 주었던 것이 바로 광대들의 역할이 아니었던가.
마지막 단원에서는 한 가정을 중심으로 과거에만 치우쳐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공수표계장의 아파트 거실에서 펼쳐진다. 부부간의 말다툼은 결국 비뚤어진 자녀교육으로 연계되는 그 장면은 가끔 우리 집 울타리를 넘나드는 언성 높은 부부의 소리와 같다.
갑자기 관람객석에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어느새 내 눈가에는 촉촉해 지는 느낌을 받는다. 어느 누구도 가슴 한 쪽이 아련히 젖어오는 감정을 느낄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 현실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마음을 털고 바꿔 보는 것이야” 라며 공수표계장 부부가 행복한 포옹을 마지막으로 대단원을 내린다.
이어령 교수가 쓴〈말 속의 말〉이란 책에는 ‘革’의 의미를 설명하는 대목이 있다. 즉 가죽 혁 자는 짐승의 생가죽(皮)을 벗겨 통째로 널어놓은 모양을 본 뜬 글자라고 한다. 손질 안한 생가죽을 일러 ‘皮’ 라 하고 거기서 털을 뽑아 낸 가죽을 ‘革’이라 했다. 아무튼 생가죽에서 털을 뽑아내면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기에 여기서 革新 이라는 말을 다시금 음미해 본다.
혁신은 경쟁력을 강화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거부할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혁신은 한편 두려운 대상이기도 하다. 따라서 다음 단계인 기름빼기와 무두질처럼 유연한 사회문화를 만드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 말리기처럼 헤이해진 것을 팽팽하게 잡아 당겨 탄력 있는 사회를 지속해 가는 힘, 이것이 바로 혁신 문화의 노하우가 아닐까? 연극『직장 블루스』공연을 관람한 북제주군청 직원들은 조직 내에서 스스로 변화에 동참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모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면 하는 생각이다.
임 영 근 (북제주군 서무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