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공천 없애야 한다

2006-04-12     김덕남 대기자

심각한 정당 공천 후유증

‘5.31 지방선거’를 앞둬 여야 정당이 공천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 증세가 심각하다.
공천 탈락자들의 반발과 탈당, 비방과 욕설, 상대 흠집내기, 공천비리의혹 제기 등 천박하고 잡스러운 이전투구(泥田鬪狗)현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소속 당원간의 동지적 결속과 신의가 박살이 나고 반목과 대립이 심화돼 지역공동체에 갈등과 분열의 불씨만 지피고 있다.
예선전부터 이렇다. 그러니 본선을 치른 후의 선거후유증이 얼마나 곪아터질지 짐작하기가 어렵지 않다.
그래서 제주특별자치도 도지사와 도의원 선거에서 “정당공천 후보자는 필요 없다”는 후보자 정당공천 무용론이 나오는 것이다.
정당공천은 제주특별자치도의 취지에도 맞지 않고 순기능보다는 해악과 역기능이 더 크고 깊어서다.
오는 7월1일 역사적 출범을 하는 제주특별자치도는 독자적 자치입법권겴旼÷瑩쨦자치조직 및 인사권 등 자치행정 전반에 고도의 자치권이 부여되는 특별한 자치기구다.
중앙정치로부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은 판짜기의 기본 전제며 얼개라 할 수 있다.
지방분권에 의한 자율적 자치역량 확대는 그래서 특별자치도가 지향하는 기본 틀이나 다름없다.
좀 오버한다면 제주특별자치도는 준 독립국가 형태의 ‘제주특별공화국’이라 할만하다.

정치권 간섭이 자치권 훼손

그렇다면 제주특별자치도의 도지사와 도의원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는 분명해진다.
정치적 외풍에 휘둘리지 않고 제주의 자율적 자치영역을 확대하고 강화하는 것이다.
중앙정부나 정치권의 못된 버릇을 표절하거나 소신 없는 짜깁기 모방 관행에서 과감히 벗어나는 일이다.
중앙정치권의 리모콘에 의해 조종되는 꼭두각시 노릇을 거부하는 일이다.
무늬뿐인 얼치기 특별자치나 빛깔만 요란한 환상적 사이비 대의민주주의를 뛰어 넘어 특별한 제주미래 건설의 주역임을 자부하고 동참하는 일이다.
이처럼 중앙정치권의 간섭을 배제하고 여야 정당의 입김에서 자유로워져야 제주특별자치도 도지사든, 도의원이든, 제대로 소신껏 제 역할을 감당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제주특별자치도 도지사와 도의원이 당적을 갖지 말아야 할 이유다.
이유는 또 있다. 당리당략적 정당의 입김에 의해 변질되는 지방자치를 제대로 복원하고 정치꾼이 아닌 참된 도민의 일꾼을 골라내는 도민 선택권의 확대와, 지나친 갈등구조로 인한 사회 분열현상을 줄이기 위해서도 제주특별자치도 선거 후보에 대한 정당공천은 배제돼야 한다.

잘못 끼워지는 첫 단추

그런데 돌아가는 꼴을 보면 제주특별자치도의 첫 단추가 대단히 잘못 끼워지고 있다.
제주도특별자치도 도지사와 도의원이 되겠다는 사람들 대부분이 스스로 중앙정치권의 꼭두각시나 하수인이 되겠다고 안달을 피우고 있는 형국이어서 그렇다.
이들이 여야 정당 공천에 목매달고 있는 것은 “제주도와 제주도민을 위해서 일하겠다는 것이라기보다 중앙당의 지시나 조종에 의해 움직이는 ‘정치적 아메바’가 되겠다 것”이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중앙정치권의 노리갯감이 될 수는 없다. 특정정파의 당리당략에 휘둘려서도 아니 된다. 오히려 정치적 독립과 중립이 보장된 가운데 당리당략을 떠나 여야 정치권이나 국민모두가 함께 가꾸고 키워줘야 할 국가경쟁력의 리트머스다.
그렇기 때문에 제주특별자치도 도지사와 도의원 후보 정당 공천은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나 다름없다.
자율적 분권의 특별자치도를 만든다면서 쥐락펴락 정당이 개입하겠다는 것은 그 자체가 모순이며 정치적 술수이자 탐욕이다.
그래서 갈등과 분열의 회오리 현상을 부채질하는 정당공천 후유증은 제주특별자치도의 운명에 치명적인 암으로 자랄 것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지금은 ‘5.31 지방선거’의 정당 공천제 폐지가 물리적으로 어려운 현실이지만 차기의 제주특별자치도 지방선거부터는 선거법 개정을 통해 정당 공천 없는 참다운 도민의 일꾼을 뽑을 수 있는 특별선거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제주특별자치도의 이름에 걸 맞는 일이다.  

김   덕   남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