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濟州 약속' 꼭 지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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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사건 희생자 위령제 참석차 관계 장관들과 제주를 찾았던 노무현 대통령은 그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있었던 ‘제주특별자치도 추진보고회’에서 많은 약속을 하고 갔다.
우리는 이번 노무현 대통령이 언약한 사항들 하나 하나가 모두 중요한 현안들이기 때문에 빠짐 없이 실천해 주기를 바란다.
우선 이 자리에서 도민들에 의해 건의된 1차산업 보호에 대해 노 대통령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정과 관련, “농민들이 걱정이 많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개방 때문에 제주 농업이 몰락하지 않도록 꼭 챙기겠다”는 표현으로 확고한 의지를 밝혔다.
제주도의 대표 농업이 감귤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도내 전체 농업 중 밭농사가 99.7%인 데다, 그 밭농사 대부분이 감귤 재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주농업이 몰락하지 않도록 꼭 챙기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은 주로 감귤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해도 좋을 줄 안다.
지금 제주 농민들은 FTA 대상에서 감귤을 제외해 달라고 아우성이다. 정말 노 대통령은 감귤산업이 몰락하지 않도록 철저히 챙겨 주기를 기대한다. 만약 감귤이 몰락하면 공들이고 있는 특별자치도나 국제자유도시 사업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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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국가균형발전 특별회계에 ‘제주계정(濟州計定)”을 별도로 마련하는 문제도 약속했다. 노 대통령은 국가균형발전 특별회계 성격이 낙후지역과 계획이 잘된 지역을 지원하게 되므로 전제조건을 충족시키는 부담도 있지만` 제주도야말로 지원할 수 있겠다고 했으니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왕이면 지원의 한계를 두어 경색화 시키지말고 융통성있는 계정이 되도록 해 주었으면 한다.
이 밖에 노무현 대통령은 의료 개방과 관련해서는 고급의료기술의 보편화와 공공의료 서비스의 수준향상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점, 교육 개방에 대해서는 특수 재능과 특수 환경에 있는 사람에게는 특수 교육을 위한 특수 코스를 열어 주어야 한다는 점 등을 강조함으로써 이 방면에 대한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 따라서 우리는 이 기회에 영어마을 조성과 국제고등학교 설치에 대통령이 적극 나서 주었으면 한다.
사실 노 대통령의 이러한 약속들은 이날 참석한 장-차관들도 모두 연구 중이거나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이므로 의지만 확고하다면 실천할 것으로 믿는다. 제주도 당국자들은 물론, 도민들까지도 대통령 방도(訪道) 이후 획기적 지원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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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특별자치도 보고회’ 토론 과정에서는 대통령의 약속 이외에 중요한 사항 한가지가 논의되었다. 제주특별자치도 구상 단계에서부터 거론돼 오던 ‘연방주(聯邦州) 수준의 자치제’ 실현 여부다. 이 문제는 특별자치도 추진과정에서 헌법상의 제약 때문에 한 단계 낮은 특별자치도로 법이 제정되고만 것인데, 설사 시일이 많이 걸리더라도 과연 헌법 수정으로 ‘연방주 수준의 자치제’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제주특별자치도가 비록 낮은 수준이라고는 하나, 고등학생에게 대학생 교과서를 드린 격”이라며, “옷을 미리 좀 크게 맞췄지만 자라는 데 따라 그 때 그 때 고치면서 보완 해 가도록 하자”고 했다. 그리고 헌법도 언젠가 기회가 되면 고쳐질 수 있는 것이니 여유를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대통령의 이 말은 당장은 어렵겠지만 도민들이 참을성을 갖고 낮은 수준의 특별자치도나마 차곡차곡 성취시켜 나간다면 언젠가는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돼 헌법을 개정, 높은 수준의 자치도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따라서 우리 도민들은 당장 마음에 차지 않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 대통령은 결코 그게 불가능하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