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국을 넘어 평화의 상징으로 …"

2006-04-04     제주타임스
4월은 제주도민들에게 무엇으로 다가서는가.
꽃 피는 봄의 전령(傳令)으로 다가 설 것인가. 새싹을 틔우듯 푸르게 생명을 짜 올리는 환희로 일어설 것인가.
아니다. 제주도민들에게서의 4월은 피울음이다. 58년간을 자맥질해온 숨막히는 비극의 역사다. 숯덩이처럼 시커멓게 가슴을 멍들게 해온 한(恨)의 담금질이다.
그렇다. 58년전 4월3일을 시작으로 제주도민들은 무도한  총칼에 의해 피를 뿌리며 죽어갔고 마을과 마을은 불에 타 초토화 됐으며 산과 바다는 여지없이 유린됐다.
그런데도 제주도민들은 지난 반세기동안 군사독재 권력의 강요로 입도 뻥긋 못하고 침묵의 세월을 견디어야 했다.
그래서 도민들은 안으로만 눈물을 삼켜야 했으며 그것이 한이 되어 돌덩이처럼 가슴엔 굳은 멍이 박혔던 것이다.
그러기에 4월은 제주도민들에게 ‘잔인한 달’로 새겨질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정부가 지난 2000년 ‘제주 4? 특별법’을 제정하여 진상을 규명하고 당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해원(解寃)하기 위한 각종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래서 ‘4?’을 한의 역사로만 생각하지 말고 그때의 비극을 뛰어넘어 평화를 일구고 인권을 신장시키는 화해와 일치의 역사로 승화시키자는 노력들이 곳곳에서 모아지고 있다.
통한의 비극을 뛰어넘어 화해와 평화의 상징으로 제주의 4월을 기억하고 ‘4?의 지향’을 ‘평화의 섬’으로 가꾸자는 뜻이다.
물론 4?의 아픔이나 역사의 질곡을 묻어버리자는 뜻은 아니다. 그때의 비극, 그때의 피울음을 기억은 하되, 거기에 매달려 역사의 진전을 더디게 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어제(3일) 치러진 제주58주년 제주4?사건 희생자 위령제도 따지고 보면 비극을 딛고 평화를 일구려는 도민적 행사나 다름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