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형(烹刑)과 '청렴병무청 건설' 선포

2006-03-31     제주타임스

조선 후기에 부정부패 등의 죄를 저지른 탐관오리에게 가해지던  팽형(烹刑)이라는 형벌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야외 재판장에서 죄수를 가마솥에 삶아 죽이는 형벌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불을 때는 시늉만 할 뿐 신체에 직접적인 형벌을 가하지는 않는 형식적인 것이었고 다만 관리의 신분 등이 박탈되고 집 밖 출입도 금지되었다고 한다.  목숨은 부지했으나 체면은 죽어 버린 이른바 ‘사회적 매장’ 형이라고 할 수 있다.
멀리 거슬러 올라 갈 필요도 없이 최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병무청’은 이러한 사회적 부조리와 관련하여 ‘비리청’이라는 오명을 쓴 쓰라린 과거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조선시대로 말하자면 팽형(烹刑)이라는 형벌로 사회적 매장을(?) 당한 것에 비유할 수 있을 만큼의 수치를 받아왔던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병무청은 그간 부정 없는 깨끗하고 투명한 병무행정을 이룩하고자 뼈를 깎는 노력을 펼친 끝에 ‘청렴 기관’으로 다시 태어나 국민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  지난해 국가청렴위원회의 정부기관별 청렴도 평가결과 청 단위 1위, 전체 90개 기관 중 2위로 평가되어 국무총리 기관표창의 영예를 안게 된 것이다.
그동안 전 병무청 직원이 환골탈태(換骨奪胎)하여 새로 태어난다는 각오로 부정과 비리를 배격하고, 징병검사 완전 전산화와 신체등위 판정 2심제 운영, 고위 공직자 등에 대한 병역사항 공개시행과 자율입영 선택제도 시행 등 병역면탈을 원천 봉쇄하는 등 자율성과 투명성을 높여온 결과 2002년 이후에는 단 한명의 병역비리와 연루된 직원도 없었으며, 결국 지난해에는 정부기관별 청렴도 평가결과 우수기관의 영광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국가청렴위원회의 평가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국민들이 직접 체험한 체감 청렴도는 9.42로 월등히 높은 반면 병무행정제도, 부패통제 등과 관련하여 내재된 잠재 청렴도는 7.85로 다소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무청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은 아직도 호의적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아직도 병무청의 청렴성에 의심을 제기하는 국민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민들의 인식을 불식시키고자 지난 3월 10일을 전후하여 병무청 본청과 전국 지방병무청에서는 전국의 모든 병무직원이 각각 한자리에 모여서 『청렴병무청 건설』을 다짐하는 행사를 개최하였다.   우리 제주지방병무청도 지난 3월 16일 전 직원이 한 데 모여 부정부패 척결을 다짐하였다.  전 직원이 부정부패 행위를 단호히 배격한다는 선서를 하고, 비리에 연루될 경우 사직한다는 ‘청렴사직 서약서’에 서명을 하였다.  1회성의 의례적인 행사가 아닌 우리의 단호한 의지를 국민 앞에 선포하고 성실히 이행을 약속하는 엄숙한 맹세와 다짐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 하겠다는 결의를 다진 것이다.
이러한 다짐을 계기로 우리 전 병무청 직원은 청렴과 정직과 성실을 공직자의 생활신조로 여기며 국민에게 봉사해 나갈 것이다.  또한 모든 국민이 인정하는 친절하고 깨끗한 ‘청렴병무청’으로 새롭게 태어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해본다. 두 번 다시 병무행정이 팽형(烹刑)을 당하는 우를 범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정   진   오 (제주지방병무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