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의사-학자-法曹人도 출말를

2006-03-31     제주타임스


              

제주에서의 5.31지방선거는 준(準)국가의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는 즐거운 행사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좀 과장일 수는 있어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특별자치도 관련법들에 의해 앞으로 제주도는 외교-국방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중앙정부 권한과 업무들을 점차적으로 이양 받게 돼 있는 데다, 도의회 역시  종전과는 달리 입법권이 확대-강화 됐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제주도는 이제 법이 인정하고 보호해 주는 준(準)국가적인 ‘특별자치지역’이라는 뜻에서 나오는 얘기일 것이다.
 제주도가 특별자치지역이 되고 도내 4개 기초자치단체가 폐지되자, 많은 도민들은 막강한 권한을 쥔 도지사의 독주를 과연 견제할 수 있겠느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었다. 그래서 도민들은 특별자치도의 수장(首長)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19명의 도의회 의석 수를 대폭 늘려야한다는 주장을 내 놓기도 했다. 심지어 45명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결국은 폐지된 기초의회 몫까지를 고려해서 36명으로 확정 지은 것이다.

     

사실 도민들의 얘기는 맞다. 제주특별자치도 대통령은, 임명직 시장이 이끄는 4개 시-군 통합의 2개 행정시를 산하에 거느리게 되는 데다 상당부분의 중앙정부 권한과 업무를 이양 받게 됐으니 가히 무소불위(無所不爲)의 독주를 충분히 예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제대로 된 의원들로 구성된 의회만 있으면 하나도 걱정할 일이 못 된다. 첨단 무기로 무장한 잘 단련된 소대(小隊) 규모의 정예 병력을, 구식 무기만을 가진 덜 훈련된 연대(聯隊) 병력이 따라 갈 수 없는 것처럼, 36명의 도의원이 비록 소수부대라 하더라도  모두가 전문 지식과 의정인(議政人)의 양심으로 중무장돼 있다면 자치지역 대통령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권력자라해도 견제와 감독을 충실히 못할 리가 없다. 아니 전문지식과 의정인의 양심으로 무장된 의회 의원들이라면 36명도 도리어 많다. 25명선만 되어도 1개 자치도-2개 행정시-1명의 도지사쯤 넉넉히 견제-감독을 하고도 남는다.
문제는 특별자치도의 권한이 도지사에게 편중 된데도 있긴하다. 그렇더라도 이러한 집중된 권한을 도의원 모두가 능히 감시-감독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면 그것은 더 큰 문제다. 이럴 경우 도의원이 36명이면 무엇하고, 100명이면 무엇하나. 소대(小隊) 규모 정예 병력을 연대(聯隊) 규모 오합지졸이 따라 갈 수 없는 이치와 같은 것 아닌가.


                       
이런 이유 때문에 준(準)국가의 국회라는 별칭이 붙은 제주특별자치도의 의회야말로 지금까지의 도의회와 달리 전문지식과 의정인의 양심으로 완전 중무장한 사람들에 의해 구성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졸부들이나, 명예욕-고액 연봉이 탐이 난 사람들의 시대는 마감돼야 한다.
이제는 제주특별자치도 의회의원 선거에 박사-의사-학자-변호사-판검사 출신 등도 수두룩 하게 출마해야 할 소이(所以)가 바로 거기에 있다. 행여 선비처럼 올곧고, 비판정신에 투철한 사리에 밝은 언론인도 동참한다면 더욱 좋다. 당락은 생각지 말자. 그에 대한 선택은 유권자 몫이니까.
만약에 “국회의원쯤이면 몰라도 도의원에야 출마할 수 있나”라고 생각하는 제주 출신 박사-의사-교수-법조인-언론인들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너무 매정하다.
고향을 위해 여의도 국회가 아닌, 특별자치도 국회에 좀 나와 수고해 주면 어디가 덧 나는가. 앞으로 두고 볼 일이지만 제주도 의회가 유명 전문인들로 채워질 날이 올 것이다.
그때는 제주특별자치도 국회의 위상도 높아질 것이며, 심지어 육탄 박치기까지 마다하지 않은 저 여의도의 국회보다 수준이 나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5?1 도의원 출마 예상자들을 살펴 보니 아직은 박사도, 교수도, 의사도, 국제관계 전문가도 별로 없다.
매우 섭섭하다. 의사등 의료-보건인, 국제관계 전문인, 농학 박사, 축산 교수, 법조인 들이 의회에 진을 친다면 그 방면 특별자치도 업무의 감독 및 견제가 얼마나 잘 될 것인가.
자치도의 무소불위 대통령이라고 감히 독주할 수 있겠는가. 부디 박사-교수-의사 등등이 출마차비를 서둘러 주었으면 한다.  무소속이면 어떤가.

김   경   호 (상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