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그리고 공천

2006-03-27     정흥남 기자

2002년 초 전 국민을 주말오후 마다 TV앞에 모여들게 한 것은 그 흔한 주말연속도 아니고 스포츠 중계도 아니었다.
이른바 ‘또 다른 형태의 체육관 선거’로 지칭된 2002대선 후보선출을 위한 민주당 국민경선대회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 국민경선은 전국 최초로 제주에서 열려 도내외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대본 없는 국민 드라마’라고 지칭되기도 한 이 경선에서 승리한 노무현 대통령(당시 후보)을 결정적으로 뜨게 만든 그해 3월 16일 광주경선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
광주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노무현 후보는 자신을 지지하는 이른바 ‘노사모’회원들과 함께 전국을 누비며 대권창출을 위한 신바람 행진을 하게 된다.
2002민주당 국민경선은 아직도 그렇지만 앞으로 분명 한국정치사에 ‘일대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확실시 된다.

                                                     기대되는 ‘판’

때마침 한나라당 제주도당이 내달 12일 제주도지사 후보선출을 위한 ‘경선’을 실시하기로 했다.
한나라당 제주도지사 후보의 경선에는 많은 우여곡절이 뒤따랐다.
경선에 나서는 강상주 서귀포시장과 현명관 예비후보가 경선에 완전히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변수는 얼마든지 남아 있다.
선거인단 구성과 또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선거운동이 남아 있으며 이 과정에서 양측간 ‘마찰’이 일어날 가능성은 여전하다.
그러나 두 후보들이 이를 외면, 경선이라는 판을 깰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왜냐면 유권자들의 의식이 과거와는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진일보했기 때문이다.
직선으로 두 번씩 시장에 오른 현직 시장과 국내 굴지의 회사 전문경연인 출신이 맞붙게 되는 이번 한나라당 도지사후보 경선은 분명 ‘충분한 볼꺼리’가 될 것 만은 분명하다.
3000명의 선거인단에 의해 치러지는 이번 경선을 바라보는 도민들의 관심사 역시 뜨거워지고 있다.
이처럼 도민들의 관심이 높아진 데에는 이른바 ‘전략공천’논란도 한몫했다.
사실 한나라당 중앙당은 현명관 예비후보를 영입할 당시만하더라도 전문 경영인출신으로 전략공천이 유력하게 대두됐다.
이후 김태환 지사의 탈당에 이어 경선 주장을 끝까지 요구하면서 배수의 진을 치고 나오는 강 시장의 주장과 경선을 선호하는 도민여론은 결국 한나라당에게 경선을 수용하게 만들었다.

                                                 다시보는 ‘구태’

반면 한나라당 도의원 후보 경선에는 솔직히 곱지 않은 시각들이 많다.
경선에서 탈락한 신청자들은 후보자를 공천하는 공당이 구체적 공천심사 기준을 사전에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특정인에 맞춘 듯한 기준을 사후에 제시한 점에 대해서도 속된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말까지 동원하고 있다.
이른바 예비후보 ‘전략공천’과 ‘사전공천’이라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무소속으로 출마하려는 인사가 막바지에 입당, 유리하게 심사된 것은 전략공천 의혹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도의원 후보 공천에서 반발하고 있는 인사들 가운데 일부는 무소속 출마를 벼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이번에 탈락한 인사들의 주장이 자신들의 억울함을 내세우는 과정에서 다소 과장됐다는 측면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공당이 객관적이고 투명한 사전 심사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채 공천심사를 접수했다면 이는 분명 비난받을 일이다.
역대 어느 선거이건 공천과 탈락자들의 반발은 늘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했기 때문이다.
분명 한나라당의 도지사후보 경선은 현재까지는 유권자에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지만 도의원 후보 선출과정에서 제기되고 있는 잡음은 분명 ‘구태답습’으로 각인되고 있다.
결국 평가는 것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정   흥   남 (편집부국장/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