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상징 조형물 어디로 가나
제주시 탄생 50주년 기념 상징조형물 현상 공모 심사결과를 놓고 말들이 많다.
심사위원장 동생의 공모작품이 우수작으로 선정됐는가 하면, 몇몇 자문위원이 심사과정에 참여한 것에서부터 문제가 발단 되었다.
이렇게 상황이 진전되면서 당선작 역시 과연 상징조형물로서의 상징성과 예술성이 제대로 표현되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모양이다.
공공미술을 보는 눈
얼마전 서울 청계천의 상징조형물로 올덴버그의 ‘스프링’이 선정된것을 둘러싸고 행정주체인 서울시와 문화·예술계가 갈등을 겪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것은 상징조형물, 다시 말해 공공미술을 보는 시각의 차이에서 빚어진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상징조형물은 두 낱말의 조합(組合)인 것 처럼 ‘상징성’과 ‘조형성’이 함께 드러나지 않으면 안 된다. 상징조형물은 단순히 공공 장소를 장식하는 미술이 아니다. 공동체의 관심이나 이익을 표현하는 사회적 미디어인 것이다.
공공미술을 기획하는 큐레이터 박삼철씨는 ‘왜 공공미술인갗라는 저서에서 “공공미술은 공동체의 공익을 찾아 공공영역에 표현하는 미술 ”이라고 정의하고, “미술을 통해 함께 사는 터전인 공공영역의 의미를 변화시키는 다양한 실천들을 디자인 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음은 새겨 들을 말이다.
그 동안 도내에서도 상징조형물을 둘러싸고 시비와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4·3 평화공원내 상징조형물과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앞 조형물 제작을 놓고 표절시비나 공정성 문제가 불거졌던 일은 그 대표적 사례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데 이번에 또 다시 상징조형물로 인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으니, 안타깝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다.
공공미술의 공모는 엄격하고 공정한 심사가 필수 조건임은 삼척동자라도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심사위원에 특정 집단, 특정 학교 출신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특히 심사위원장 동생작품이 우수작으로 선정됐다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공정성과 중립성이 상실됐다고 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제주 미술계를 대표하는 한국미술협회 제주도지회가 완전히 배제됐다는 것은, 아무리 객관성을 높이겠다는 제주시의 주장에 백보를 양보 한다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긴 마찬가지다.
그러니 당선작을 포함해서 이번에 입상한 작품 전체에 대한 작품성마저 의심받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미협도지회 등 도내 일부 미술 단체들이 ‘제주시 상징조형물 심사 담합의혹 해결을 위한 범 미술인 비상대책 준비위원회’를 결성하고 “담합의혹을 투명하게 밝혀라”고 요구하면서 관련 공무원의 징계, 제주시장의 공개 사과 및 법적 대응 방침을 천명한 것도 절대 무리는 아니라고 본다.
가장 확실한 심사비리 노출
제주시를 상징하는 조형물이라면 그 자체로 시간을 넘나드는 하나의 이야기요, 함축된 역사이자 상징이며, 시공이 뒤얽힌 드라마야 한다. 그것에는 제주에서 살아왔고, 또 살아갈 공동체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반영되고 압축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상징조형물은 오늘날의 미 의식으로 그 지역, 즉 제주시의 역사적 보편성을 살리는 작업이어야 한다.
범 미술인 비대위 주장대로 “이번 사태는 한국 미술 역사상 가장 확실하게 심사 비리를 보여주는 심사 담합의 표본으로, 미술사의 치욕스런 부분”을 남겼는지 모른다. 게다가 ‘심사의 공정성’을 담보한다면서 도내 미술인의 심사참여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처사는 과연 이 조형물로 인해 지역의 역사적 보편성을 살릴 수 있으며, 공동체의 관심이나 이익을 표현하는 사회적 미디어로 발전할 수 있을지 심히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제 제주시 상징조형물은 어디로 갈 것인가. 그것은 제주시가 판단하고 답변할 일이다.
김 원 민 (편집국장/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