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家의 형제들
한나라당의 차기 유력한 대선(大選)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는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이 최근 참으로 재미있는 말들을 했다. 한나라당 출입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였다.
그 중의 백미(白眉)는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얘기였다. “노는 것, 춤추는 것을 좋아 하니 그가 서울시장이 되면 공무원들은 매일 놀 수 있어 좋아 할 것”이라 했다. “형부의 코가 커서 언니는 좋겠네”라는 시정인(市井人)의 우스갯소리를 연상케 한다.
이명박 시장은 내친김에 작심을 했는지, 자신의 소속 정당인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최연희 의원 성추행-사학법 투쟁 등을 염두에 둔 듯 “긴장이 풀어져 해변에 놀러 온 사람들 같다”고 꼬집었다. 거산(巨山) 전 대통령은 등산을 좋아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데, 한나라당 사람들이 어느새 해변에 놀러 온 사람들로 비유돼야 했는지 무척 흥미롭다.
이 시장은 정적(政敵)인 열린우리당의 대선(大選) 예비 도전자들에 대한 비아냥도 빠뜨리지 않았다. 정동영 당의장에게는 “계획성 없이 전국을 돌아 다니는 데, 나라면 그렇게 안 한다”했고, 천정배 법무-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는 “출마하는 것은 자유지만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평가절하 했다.
이러한 이명박 시장의 풍유담(諷諭譚)에 누구보다도 언짢아 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이 시장의 친형인 한나라당 이상득(李相得)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동생의 발언, 특히 ‘해변’ 발언을 놓고 몹시 질책했다는 것이다.
“당에서 얼마나 처절하게 하고 있는 데, 그런 얘기를 하느냐. 나도 당원으로서 기분 나쁜 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겠느냐. 대통령 선거 후보로 나서겠다는 사람이 어떻게 당 전체를 욕할 수 있느냐. 정신이 있는거냐, 없는거냐”며 목소리를 높혔다는 뒷 소문이다.
물론 이 의원은 이 시장이 강금실 전 장관, 정동영 의장 등을 평가 절하한 것도 크게 나무란 모양이다. “이 시장이 여론조사가 좀 잘 나오니까 긴장이 풀린 것 아니냐. 자기 자랑하는 건 몰라도, 그렇게 말을 조심하지 않아서야 되겠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의원의 질책은 직접 이 시장에게 전화로, 혹은 면담으로 한 것이 아니라 보좌진을 통해 말이 들어가도록 했다고 한다.
친형의 쓴 소리에 동생도 할 말은 있었나보다. 이 시장이 이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최연희 의원 사건을 얘기하다 나온 발언인 데 와전됐다. 나에게도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니 말이다.
설사 이명박 시장의 해명대로 와전된 측면이 있고, 억울한 점이 있더라도 전해진 내용 중 50%만 사실이라도 세인의 화제꺼리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나저나 이명박가(家)의 형제애가 부럽다. 부럽다보니 속담까지 떠오른다. ‘형보다 아우가 잘 났다고 하면 그 형은 버럭 화를 낸다’고 한다. ‘형 미칠 아우 없다’는 말도 있다.
대 수도 서울의 시장이자 한나라당의 유력 예비 대통령 후보인 동생 이명박씨와, 같은 한나라당 국회의원인 형 이상득씨를 두고 굳이 누가 더 잘 났는가라고 묻는다면 정답은 어느 쪽일까.
통속적일지 모르지만 아마도 권좌와 명예로 봐서는 동생이 형보다 낫다고 할 사람이 많을 터이다. 만약 대통령에라도 당선되는 날이면 물을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득 의원에게도 형으로서의 중후함이 있음을 동생의 최근 ‘해변 발언’ 등을 계기로 증명해 보였다.
이상득 의원은 세인들이 동생인 이명박 시장을 더 잘 났다고 평한다해서 버럭 화를 낼 형(兄)이 아니었다. 도리어 그는 동생이 대통령 되는 것을 돕고자 일련의 실언(失言)들에 가차없이 질책하고 충고했다. 이것이야말로 동생을 아끼는 돈독한 형제애의 발로요, 형이 우위에 있음을 보여 준 사례다. 역시 이명박 시장도 ‘형 미칠 아우’가 되지 못한 셈이다.
어찌보면 이명박 시장은 강금실 전 법무보다도 한 수 아래가 아닌가하는 느낌마저 주었다. “노는 것, 춤추는 것을 좋아한다”는 명예 훼손적 공격을 받고도 강금실 전 장관은 대범하게 못들은 척 하고 있지 아니한가.
서로 입장이 바뀌었으면 어떠했을까.
형 이상득 의원에게 좀 아쉬움이 있다면 동생을 간접적으로 질책할 것이아니라 직접만나 여러가지를 꾸짖어 주었더라면 하는 점이다. 큰 그릇을 만들려다 실패하면 안 되니까.
김 경 호 (상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