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협'의 제자리 찾기

2006-03-14     제주타임스

최근 어느 지방언론은 ‘문화예술단체 형평성 논란’이란 기사에서, 도내 문화예술단체의 지회와 지부 사이 관계 설정이 부적절하다는 기사를 실어 세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문화예술단체의 도지회장 선거권과 관련, 지회 회원에게는 부여되면서 지부 회원은 회비 납부를 포함한 지회 활동을 병행하지 않을 경우 선거권이 주어지지 않는 데 대한 지적이다. 
‘제주예총’ 산하 문화예술단체 지회들은 그 산하에 지부를 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지회는 복수 이상의 지부를 두고 각 지부에서 대의원을 뽑아 지회를 구성해야 정상적이다. 그런데 현재 지역예술단체들은 지회에 달랑, 서귀포지부 하나만 거느리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제주문협’인 경우 서귀포지부와 북제주지부를 두어 위안을 주고 있다. 그러나 문협도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지회가 결코 지회 나름의 역할을 하고있느냐의 질문에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지부를 대상으로 회의를 소집하는 일을  한번도 하지 않았고, 서로의 관계 설정이 전무하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뿐이다. 그것은 문협제주지회가 제주시지부를 겸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다.
또 예총 산하 지회들은 대의원으로 구성된 정상 구조가 아닐 뿐만 아니라 사실상 서귀포 이외 지역의 지부 기능까지 겸하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또 한번 우울하게 만든다. 여기에는 어느 문화예술단체이건 제주지회가 제주시지부도 겸하고 있다는 이야기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이야기는 제주지회만 존재하고 제주시지부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된다.
한국문인협회제주도지회(이하 ‘제주문협’)의 속내를 더 들여다보자.
‘문협’ 정관 제5조는 “본 지회에는 지부를 둘 수 있다. 단, 제주시 지부는 본 지회가 겸한다”고, 아예 정관에서 제주시지부 기능까지 독식하고 있다. 그러나 금년에 “특별자치도에 관한 법률이 통과됨에 따라 5월 지방선거 이후 재개정한다”를 첨가하여 구색을 갖추기 시작하였다.
문협북제주지부는 지난 2004년  8월 26일 창립하였다. 첫 사업으로 ‘북제주문학’ 창간호를 발간하여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여기에는 시(詩)에 홍창국 김경홍 김성수 김학선 김성주 김명경 김창호 고광자 김대봉, 중편소설(中篇小說)에 김관후, 수필(隨筆)에 홍관옥 양수자 송미경 부진섭 강원현 이홍식, 논단(論壇)에 강원호 백규상, 드라마 번역(飜譯)에 김맹하 등이 참여하여 나름대로 구색을 갖추었다.
특히 세계계관시인 문학상을 수상한  홍창국과 4·3 문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김경홍의 시작품, 강원호의 ‘제주관덕정 입춘굿’과 백규상의 ‘경암 유고사 유찰’ 논문은 세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작품들이다. 그리고 김맹하는 독일 지겐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하였으며, 이번 ‘하이너 뮐러’를 번역하여 훌륭한 솜씨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였다.
지금 제주문협 회원들 중에도 서귀포문협과 북제주문협에 이중으로 등록되어 있는 회원들이 많다. 이는 제주문협이 정확한 자기 위상을 지키지 않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번 ‘문화예술단체 형평성 논란’의 기사는, “단체 특성과 정관을 고려하더라도 단체의 지회장 선출시 지부 회원들에게 지회 회비까지 이중 납부하지 않을 경우 선거권이 주어지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 결론을 내리면서, 일부 지부 회원들이 “각각 단체에서 활동하며 회비도 냈는데 왜 우리는 지회장 선출권이 없냐”고 터트리는 불만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   관   후 (시인/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