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ㆍ원칙ㆍ상식 존재하나”

열린우리당 ‘이상행보’

2006-03-07     정흥남 기자

돌연 '김 지사 입당 설문' 당원들 반발로 중단

예비후보로 나선 2명 '당선 노력' 실종 기현상

‘열린당 술 취했나’
“무릇 한 인간도 지조와 절개, 기품이 있는데 명색이 집권당인데, 도지사 후보 선정문제가 동네반장 선거만도 못한 채 유치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보면서 아주 개탄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비단 저만이 아닐 것이다”
“지금 열린당 지지율 상승과 후보들의 상품을 극대화 시켜 붐을 일으켜야 될 판국인데 열린당 제주당 공식홈페이지를 보면 고작 김태환 지사 열린당 입당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여론조사를 할 수 있나”
6일 열린우리당 제주도당 홈페이지에 ‘원장천’이라는 네티즌이 등록한 글의 제목과 내용의 일부분이다.
5.31선거를 불과 80일 남짓 앞두고 열린 우리당이 ‘이상행보’를 하고 있다.
당원들의 빗발치고 있는 항의에도 불구하고 최근 열린우리당은 분명 열린당 답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이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을 영입해 강상수 서귀포시장과 대규모 경선을 실시하면서 5.31지방선거전에 대비하는 것과 비교할 때 열린당의 행보는 초라한 모습으로까지 비춰지고 있다.
우선 가장 의아한 것은 열린당이 도당 홈페이지를 통해 버젓이 김태환 지사의 입당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시도했다는 것.
열린우리당 제주도당은 도당 홈페이지에 지난 3일부터 ‘김태환 지사의 열린우리당 입당에 대한 생각은?’이라는 주제로 여론조사를 실시하던 중 당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지난 5일 중단했다.
이같은 사실에 열린우리당 당원들이 발끈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을 평당원이라고 소개한 ‘우리누리꾼’은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은 있나 원칙과 상식은 존재하나”고 반문한 뒤 “김 지사에 대한 여론조사를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한탄했다.
이 네티즌은 이어 “열린우리당이 지향하는 ‘상식과 원칙’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한 강창일 도당 위원장의 의중과 현 당직자들의 행동이 다른 점을 반박한 뒤 “이 사건을 철없는 당직자들의 유쾌한 코미디로 치부해야 할지 아니면 기득권들의 놀음에 눈물을 삼켜야 하는 지 고민 속에 밤을 지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개미당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네티즌은 “오로지 선거승리 지상주의에 빠져 무원칙하고 당장의 임의 구도만을 생각하는 당 내부가 문제”라면서 “선거는 2등이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한나라당에서 쫒기 듯 나온 사람을 받아줄 명분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jeju22'라는 네티즌은 “모사람(김지사)을 영입하고자 하는 사람과 영입하지 말자는 사람 역시 나름대로 합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정치판에도 도의가 있어야 하는 것”이라면서 당의 정체성 훼손을 우려했다.
이처럼 열린우리당이 강창일 위원장의 공언을 통해서는 “훌륭한 후보들을 갖고 있으며 충분한 본선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공언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당의 정체성 훼손과 대부분 당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김 지사 영입인상을 씻지 못한 채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