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부채의 위험성
◎農者天下之大本…글쎄
농업은 경제의 근간이다. 그래서 옛부터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했다.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삶의 방식이 바뀌어진 요즘, 과연 이 말이 지금도 통행될까는 의심이다.
‘감귤=대학나무’는 70-80년대 제주의 꿈이었다. 이 꿈같은 옛날 얘기를 할라치면 요즘 얘들에겐 ‘쇠귀에 경읽기’요 ‘그 땐 그때다’라는 반응이다.
농촌에서 아기울음소리가 그친지도 오래다. 농촌을 지키는 일꾼은 나이든 노인뿐 이라는 뉴스도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젊은 사람들의 귀농소식도 이젠 진부한 얘기다. 자식들에게 더 이상 농사를 물려주고 싶지 않은 게 농업 현실이다.
‘우물안 농업’은 세계경제구조의 틀에서 보면 더 이상 발전가능성이 없다. 세계 한 울타리속에서의 농업은 한국이 넘어야 할 ‘산넘어 산’이고 깨야할 ‘벽’이다. 자유무역협정(FTA), 도아개발아젠다(DDA), WTO 등은 우리가 넘어야 할 벽이자 큰 산 가운데 하나다.
세계의 벽은 높다. 역지사지하면 다른 나라도 우리와 마찬가지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희망의 기운을 용트림하고자 하는 농자에게 세상의 문은 열려있다.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님을 증명하는 일, 그것은 농자에게 달려 있다.
◎전국 최고의 농가부채 자랑(?)
최근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밝힌 제주지역 농가부채는 전국 1위다. 제주지역 농가는 1990년대 후반부터 소득증가가 둔화되고 있다. 반면 부채는 급속히 증가세를 타고 있다. 그 규모가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 문제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지역 농가부채는 1998년부터 전국 평균 농가부채보다 높게 나타난데 이어 그 증가세가 빠른 속도를 타고 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밝힌 2004년말 현재 제주지역 농가부채규모는 가구당 4523만1000원. 전국 평균 2689만2000원보다 1833만9000원이 더 많다. 전국 최고수준이다.
특히 농가 부채 가운데 금융기관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어드는 대신 사채 등 개인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농가부채구조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농가부채는 1993년 소득의 32.8%에서 2004년 116.0%수준으로 크게 높아졌다. 이는 1998년 이후 부채가 소득을 초과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가부채가 증가한 원인으로 농산물 가격 하락 및 농업경영비 증가로 한국은행은 들었다. 특히 과잉생산 및 품질저하에 따른 감귤가력의 하락은 농가수입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점을 꼽았다.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한 물류비용과 영농자재의 가격상승도 농가부채의 증가세를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게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 투기성 농업
제주지역 농가의 소득도 전국 최고다. 2004년말 제주지역 농가소득은 한 가구당 3900만4000원. 전년도 3084만9000원에 비해 26.4% 증가했다. 전국평균 2900만1000원보다 1000만원이나 더 많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는게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특히 제주지역 농가의 고정자산은 82.1%로 전국 평균 79.8%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반면 유동자산은 17.9%로 나타났다.
전국최고의 고정자산을 갖고 있는 제주지역 농업의 특징은 한마디로 ‘쥐고 있는 과수원 등은 많지만 현금은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농협 등 금융권을 통해 많은 빚을 지고 있다. 그러나 계속되는 신용하락으로 제2금융권으로 대출의 눈을 돌리고 이 역시 안되다 보니 사채를 빌려다 쓰는 것이다.
“큰 과수원과 땅을 갖고 있는 농민들은 농협에서 빌려간 돈을 빚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한 목에 갚을 수 있다는 생각을 대부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출한계는 다다르고 또 다른 금융권과 사채를 빌려쓰면서 부채는 증가하고 있다. 이들로 인해 실제 농사를 짓는 농가의 평균 부채를 상한으로 끌어 올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투기성 농업’이 상당부분 존재한다는 농협관계자의 말이다. 농가부채의 위험성이 극에 이르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김 용 덕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