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대주교의 추기경 서임
2006-02-24 제주타임스
지난 1969년 김수환(金壽煥) 추기경이 마흔 일곱의 나이로 교황 요한 바오로 6세에 의해 서임 된 이후 첫 경사다. 드디어 한국은 두 사람의 추기경 시대를 맞은 셈이다. 이는 비단 한국 천주교의 영광일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의 큰 기쁨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정진석 대주교의 추기경 서임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추기경은 천주교계에서 교황 다음의 권위와 명예를 갖는다. 교황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모두 갖고 있으며, 바티칸 시국(市國)의 시민권도 있다. 교황을 보필하고 자문에 응하는 것은 물론, 교황이 의장이 되는 추기경 회의를 구성, 교회의 원로원 역할을 한다. 추기경들이 외국을 방문할 때 국가원수(元首)에 준하는 예우를 받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한국 천주교는 신자수 400만명으로, 일본의 100만명을 크게 앞서고 있었으나 추기경은 그와 반대로 일본의 2명에 비해 1명뿐이었다. 그러나 이번 정진석 추기경이 서임됨으로써 한국 천주교계의 위상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의 위상까지 한결 높아지게 되었다.
사실 교황청은 1990년대 들면서 한국에 대해 많은 관심을 표명해 왔다. 교황 요한 바오로 6세 때에는 과거 천주교의 한국 선교와 관련, 당시 한국 유교와 마찰을 빚은 것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임을 지적하면서 이해를 구했고, 안중근 의사에 대해서는 복권 조치까지 단행했다.
한국에 대한 바티칸 시국의 이러한 관심 속에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정진석 추기경을 서임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제 2인의 추기경 시대를 맞은 한국의 천주교는 과거 독재 정권, 권위주의 정권 때 박해 받는 자의 보호와 정의 실현을 위해 노력한 것 이상으로 앞으로 이 나라의 약한 자, 불쌍한 자들을 위해 정신적 기둥이 되어 줄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두 지도자는 허물어져 가는 도덕성 회복과 분열돼 가는 인간끼리의 통합, 그리고 인류 평화를 위해 다른 종교인 불교, 더 나아가 유교와도 서로 협조-융화하면서 이 혼돈의 세상에 등불이 되어 주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