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고?…동시다발로 망할 것”
존폐 갈림길 선 지방대…대규모 미달 사태로 ‘재정난’ 극심 출생자 수 급감…수년 후엔 수도권 대학도 ‘신입생 부족’ 쇼크
“추가모집은 정말로 자원 자체가 없어서 뽑기가 어려워요. 그런데 정시모집에서 100명 겨우 채운 대학이 추가모집에서 100명, 150명을 뽑았다. 이건 장담하는데 99% 이상 거품이죠. 마음먹고 채우려고 하면 얼마든지 채울 수가 있는 거죠”(A지방사립대 관계자)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에서 신입생을 채우지 못한 대학 중 일부가 추가모집 때 교직원 지인 등을 동원해 ‘가짜 신입생’을 만들어낸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신입생 정원을 못 채우면 교육부에서 정원을 줄이라는 압박을 받고, 대외적으로 체면치레도 해야 하니 교직원 지인들을 동원해 등록금을 면제시켜주고 정원을 채우는 대학들이 있다”며 “이러한 학생들은 결국 1년도 못 가 줄줄이 자퇴로 빠져나간다”고 전했다.
올해는 한국 대학사의 한 페이지를 채울 거대한 변화가 시작된 해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신입생 부족’이 본격화한 해이기 때문이다.
올해 대학 입학 정원은 49만2천 명에 달한다. 하지만 취업, 재수, 입대자 등을 제외한 만 18세 학령인구는 41만4천 명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됐다. 학령인구만 보면 신입생이 7만 명 넘게 부족하다는 얘기다. 상당수 대학이 대규모 정원 미달 사태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대학가에는 수년 전부터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씁쓸한 농담이 돌고 있다.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좋지 않은 대학일수록 신입생을 구하기 힘들고, 이는 대학 도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자조적으로 빗댄 것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벚꽃 피는 순서가 아니라 전국 동시다발적으로 망하고 있다”며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들만 해도 매년 7만 명이 넘는 학생들을 선발하는데, 머지않은 미래에 대학에 갈 수 있는 전체 학생의 숫자가 30만 명대로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4년도 대학에 입학하는 2005년생은 43만8천여 명으로 줄어든다. 대학 진학률이 70%대 초반에 불과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재수 등을 감안하더라도 2024년도 대학 신입생 수는 30만 명대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수도권 대학이 ‘안전지대’로 남아있기에는 신입생 수의 감소 추세가 너무 가파르다.
출산율이 사상 초유의 0.84명까지 떨어진 지난해 출생아 수는 27만2천여 명에 불과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 출생아 수는 25만여 명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해 100만 명의 출생아를 기록했던 1970년대 초반의 ‘4분의 1토막’ 수준이다. 이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20년 후 어떤 결과가 빚어질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