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제주도정 ‘불안’
김 지사 ‘중대결심’ 시사 후…상당수 공무원들 일손 놔
“에이 오늘도 틀렸어…김이 빠져버려...자료로 갈음하도록 하겠다”
17일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한 공무원이 무심결에 내뱉은 말이다.
이날 도청 지방기자실에서 특별자치도특별법 후속조치로 이어지는 조례 제정문제 등을 설명하기 위해 20여명의 도청 실.국 관계자들이 모였다.
그런데 김지사가 돌연 기자실을 방문, 한나라당 탈당 사실을 공식으로 표명했다.
김 지사의 한나라 탈당 언급과 동시에 기자실에 모였던 도청 각 실국 관계자들은 기자들에 대한 브리핑을 뒤로한 채 삼삼오오 눈치를 살피면서 사무실로 발길을 돌렸다.
지난 15일 김태환 지사의 이른바‘중대결심’기자회견 무산사태 이후 제주도정이 급속하게 동요하고 있다.
오는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이 통과된 뒤 이에 따른 수십건의 조례가 입법예고에 들어가는 등 도정이 그 어느때 보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하는데도 상당수 공무원들이 일손을 놓은 채 지사의 일거수일투족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김 지사의 지지자들이 무더기로 도청을 드나들면서 도청 자체가 어수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도정의 주요 현안들이 차질을 빚으면서 도정의 구심점이 급속하게 흩어지는 현상을 낳고 있다.
우선 최근 불거진 도정의 난맥상은 도의원선거구 획정조례가 부결처리된 것.
제주도는 도의원선거구 획정조례안을 도의회에 제출한 뒤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 움직임이 표면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파악했다.
제주도는 그러나 이들 의원들이 반대표가 극소수에 그칠 것으로 판단,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그 결과 찬성 9표와 반대 8표, 무효 2표 등으로 부결되는 사태를 맞봐야 했다.
이에 따라 고도의 주민 자치권한을 갖는 특별자치도를 한다면서 자신들의 지역 선거구 조차 스스로 획정하지 못한 채 중앙에 기대어야 하는 치욕을 감수해야 할 상황이다.
특히 이번 특별자치도의원 선거구 획정 조례안 부결사태는 제주도가 추진해 온 그동안의 특별자치도 추진업무 전반에 대해서도 부정적 이미지를 초래할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한 일이다.
이밖에 제주도가 도민들이 혈세 50억원을 투입한 제주에어의 경우 전체 인원 220명 가운데 정작 제주출신 직원이 채용될 비율도 극히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제주도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되고 있으나 도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특히 김 지사가 최근 ‘중대결심’을 표명하면서 급기야 한나라당을 탈당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지자 공무원들은 김지사의 ‘다음행보’에 온 신경을 집중시키면서 일손을 놓은 채 동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