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지사 탈당ㆍ불출마 굳히나

5.31지사 선거전 4개월 앞… ‘지각변동’ 불가피

2006-02-16     정흥남 기자

“전략공천설 흘리는데 당에 남을 이유 없어”
“도민 기대에 어긋나는 행동 없을 것”...여운
명분축적 후 무소속 출마 가능성 벌써 고개

15일 제주도청이 온종일 혼란에 휩싸였다.
곳곳에서 일손은 놓은 공무원들은 이날 오전 도백인 김태환 지사가 기자회견을 통해 한나라당 탈당과 더 나아가 5.31지방선거 불출마(정계은퇴) 선언을 하려 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도청 자체가 공황에 빠진 모습을 보였다.
지방선거를 4개월 정도 남긴 상황에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선 가능성이 가장 앞서고 또 현역 도지사인 김 지사가 왜 탈당과 불출마라는 카드를 꺼내들고 나왔는지 의아해 했다.
결국 김 지사는 이날 오전 일부 당직자들의 ‘적극적인 만류’로 기자회견을 무기연기 했다.
그러나 이날 김 지사의 행태는 결국 한나라당에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왜?
김 지사는 14일 상경, 한나라당 관계자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이 과정에서 김 지사가 ‘크게 섭섭한 대접’을 받았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 과정에서 최근 입당한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과의 경선문제 등도 논의됐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 지사는 지금까지 큰 잘못도 없는 현역 지사인 자신을 놔두고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을 영입하면서 확산되고 있는 ‘전략 공천설’등에 대한 불신을 씻을 수 없다고 판단, 이 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이날 때마침 열린 현명관 예비후보 사무실 현판식에 참석했던 한나라당 인사들의 발언도 김 지사의 탈당을 굳히는데 기름을 부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현명관 예비후보 사무실 현판식에서 이규택 최고위원은 “현 예비후보가 제주도지사에 당선되면 행정도지사가 아닌 주식회사 제주도를 이끌어 가는 CEO로서 능력을 발휘, 경제 활성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현 예비후보를 추겨 세웠다.
이 발언은 행정전문가를 자처하는 김 지사에게 좋게 들렸을 리 만무하다.
또 변정일 도당 위원장도 이날 “CEO출신의 현명관 예비후보가 한나라당에 입당한 것은 당 차원에서 큰 소득”이라면서 “새로운 경영을 위해 선거에 첫발을 내디딘 현 예비후보의 필승을 기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변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도당위원장으로 공정경선을 내심 기대하고 있는 김 지사에게는 특정후보(현 예비후보)를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발언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날 밤 서울에서 내려오면서 핵심참모들에게 한나라 탈당과 불출마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전망은?
김 지사는 이날 오전 10시 한나라당 탈당과 정계은퇴(도지사 선거전 불출마)를 기자회견 형식으로 밝힐 것으로 도청주변에서는 예상됐다.
이와 관련, 김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상당 부분을 한나라당을 비난하는 부분에 할애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 일부 지지자들의 만류에 회견을 오후로 연기한 뒤 이날 오후 재차 ‘기자회견 무산에 따른 제주도지사의 입장 표명’이라는 자료를 각 언론사에 배포했다.
김 지사는 이 자료에서 “앞으로 제주도민과 한나라당 당원, 지지자 여러분의 의견을 수렵, 조만간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어 “도민에 의해 선택받은 제주도지사로서 끝까지 제주도민의 자존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어떠한 경우에도 도민의 기대에 어긋나는 행동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입장 표명에 대해 정가에서는 김 지사가 결국 한나라당을 탈당, 이에따른 대응논리 등을 갖춘 뒤 무소속으로 차기 도지사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김 지사가 ‘한나라 탈당 후 무속출마는 없다’고 공개석상에서 수차례 강조한 경험이 있어 김지사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지사 변
김지사는 이날 오후 제주도 의회 본회의에서 정회시간 중 기자들과 만나 “자연스럽게 이야기 하려고 했으나 지지자들이 만류하는 바람에 이자회견을 못하게 됐다”면서 “먼 곳에서 샙겨에 집으로까지 찾아와 만류하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지지자들의 의견을 좀 더 들은 뒤 빠른 시일내에 입장을 정리해 가급적 징역 정가에 혼란을 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또 이날 오후 “당 소속 현직 지사가 버젓이 있는데 단한마디 상의도 없이 제주도지사 예비후보를 영입하고 사후통보 조차 없었으며 전략 공천설까지 흘리는데 내가 당에 나마야 할 이유가 있느냐”고 당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털어놨다.
김 지사는 이어 “떳떳하게 공천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도지사 선거에 나오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면서 “현직 지사의 자존이 크게 손상됐는데 이제 마지막 남은 자존이라도 지켜야 할 것 아니냐”고 지사 불출마 입장을 토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