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정치세력화

2006-02-15     제주타임스

   여성의 정치세력화라는 말이 전혀 낯설지 않게 들리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가 정착되면서부터 여성의 지방정치 참여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여성의 정치세력화’란 ‘여성 스스로가 자신이 지니고 있는 정치적 역량을 인식하고 이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이는 여성과는 거리가 먼 분야로 치부돼 왔던 ‘정캄라는 영역에 여성들이 적극 참여함으로써 ‘영향력을 발휘 하겠다’는 발상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여성정치세력화의 중요성을 정리해 보면 첫째, 대표성의 문제가 대두된다. 우리 사회가 이제까지 민주주의를 하면서 추진해온 기본요소 중의 하나가 ‘평등한 참여’이다. 더욱이 인구의 절반을 여성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들이 대표성을 지니고 정칟행정 등에 참여하는 비율은 극히 미미하다. 남성 중심적 사회제도와 관행 속에서 차별을 받아 온 여성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둘째,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중요하다. 남성과 똑 같은 교육을 받은 우수한 여성 인력이 그대로 묻히거나 침묵한다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밖에 없다. 셋째, 부패정치를 일소하는데도 큰 몫을 할 수 있다. 대체로 여성들은 도덕관념이 높고 위법을 혐오한다. 실제로 여성의 정치참여도가 월등한 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 등의 국가에서는 부정부패지수가 낮을 뿐만 아니라 고도의 경제성장을 누리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제주도 여성교육문화센터는 지난해 도내 여성을 대상으로 ‘여성의 정치(참여)에 대한 관심도’를 조사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제주여성들의 정치의식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이러한 의식이 정치참여의 실천으로 승화하는 일은 아직 요원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 주된 이유는 기존 남성중심의 사회인식과 정치구조가 현재에도 실제로 남아있는데다가, 여성들은 여성들대로 사회적 통념에 순응하거나 남의 이목을 꺼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자는 분석하고 있다.

 

  사실 전통적으로 유교의 영향을 받아 온 가족제도와 사회체제 아래서, 여성이 큰 뜻을 품고 정치에 투신한다하더라도 워낙 벽이 두껍기 때문에 정치인으로서의 지속적인 활동은커녕 정계 진출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방분권시대 지역의 발전과 주민복지의 증진을 위해서는 여성들의 의식이 깨어있어야 하고, 또 이들 다수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여성의 정치세력화는 생소한 개념이 아니다. 여성의 정치참여를 저해하는 요소를 하나하나 제거하여야 한다. 우선 여성 정치인에 대한 편견을 불식해야 하고, 여성들로 하여금 정치참여에 소극적이게 하는 사회풍토를 일신시켜야 한다. 여러 가지 불평등을 시정하고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 ‘여성 할당제’라는 것이 있다. 비록 차선책이기는 하지만 당장은 이러한 제도도 최대한 활용하여야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한계를 여성들 스스로가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상황이 어떠하든 자신의 힘에 의해 해결하고 성취하는 것이 상책인 것이다. 각급 여성단체가 한데 뭉쳐 연합전선을 형성하는 일도 바람직하다.
  5.31지방선거가 100여일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우리 여성들이 힘을 모아 한 목소리를 내어보자. 정치적으로 평등한 선거권을 가지고 투표에 임하는 것은 물론, 똑같은 피선거권에 의해 출마를 할 수 있는데도 그렇지 못하는 현실을 타파하여야 한다. 지방자치 행정에서는 아동보육·노인·부녀자·청소년복지 등등, 남성보다 오히려 여성에게 적합한 사무영역이 많다. 지방분권시대를 ‘여성분권의 시대’로 만드는 지혜와 현명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   용   길 (제주산업정보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