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反운동권’ 정서…“586세대 향한 반감 투영”

“정치가 제 역할 못해 학생들에게 실망감“ 분석

2021-03-22     제주매일

 

이번 총학 선거운동본부(선본)는 운동권인가요?”

최근 서울대 에브리타임게시판에는 내주 시작되는 총학생회 선거를 앞두고 선본의 정치적 성향을 묻는 글이 다수 올라와 학생들 사이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22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서울대 등 일부 대학 총학 선거에서 운동권으로 분류되는 학생회에 대한 반감이 표출되고 있다. 과거 민주화운동 시절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이 정권을 잡은 뒤 보인 모습이 학생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서울대생은 최근 에브리타임 게시판에 “(운동)권들이 학생회장 (후보로) 나왔으니 안 뽑는다. 아예 투표를 하지 않아야 정족수가 안 채워져 무산될 것이라며 총학 선거에 참여하지 말자고 주장했다. 이 게시물은 높은 공감을 얻으며 게시판 상위에 수일간 노출됐다.

서울대 사회대 학생회장 선거에 단일 후보로 출마한 ‘homie(호미)’“‘진보의 요람으로 불려왔던 서울대 사회대의 슬로건이 너무 오래됐다학생 투표로 슬로건을 새롭게 정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학생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 선본은 세칙 위반 등으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그러자 학생들 사이에서는 운동권 선관위가 비운동권 선본을 탄압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운동권에 비판적인 학내 여론이 나타나자 지난 17일에는 서울대 관악캠퍼스 곳곳에 “‘민중해방의 불꽃(서울대 총학생회 슬로건)’ 탈퇴하고 새학생회 시작하자라는 내용이 담긴 대자보가 붙기도 했다.

연세대 재학생 오모(24)씨는 최근 정치인들 사이에서 불거진 성추행 문제만 해도 운동권들이 간과했던 문제가 드러나는 것이라 생각한다“‘20대 운동권도 그런 586세대들의 사상을 그대로 가진 학생들로 느껴져 거부감이 든다고 말했다.

조영달 서울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정치가 제 역할을 못 하면서 학생들에게 정치에 대한 실망감을 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에 대한 학생들의 우호적이지 않은 생각 등이 학생회에도 투영된다조국 사태 등을 겪으면서 청년들의 탈정치화 현상이 급격히 심화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