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축제場의 '옥의 티'

2006-02-14     제주타임스

북제주군 애월읍 봉성리 서부관광도로 변의 한 오름에서 펼쳐진 “정월 대보름 들불축제”는 올해도 큰 성황을 이루었다고 한다. 축제가 끝난 뒤의 교통 대 혼잡을 제외하면 한라문화제에 버금가지 않은, 나무랄 데 없는 축제 한마당이었다는 평가들이다.
이 축제는 1997년 처음 열린 이래 이번으로 열번 째를 맞이했다. 햇수로 10년의 연륜을 쌓은 셈이다. 비록 축제로서의 전통과 역사는 얕지만 옛 선조들의 목초지 방화에 그 뿌리를 두고 있어 그래도 유서(由緖)만큼은 꽤 길고 깊다. 이 유서(由緖)에 대한 향수 때문일까. 들불축제는 도민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해마다 발전을 거듭해 왔다. 이제는 외국에까지 잘 알려진 모양이다.  
축제가 절정을 이루던 지난 11일, 행사 현장에는 2만여 인파가 몰렸었다는 소식이다. 도민은 물론, 내-외국 관광객, 미국-일본-중국 등의 지방 도시 공연단들까지 참석, 마치 국제 축제 같은 분위기더라는 전언(傳言)이다. 정부와 행정 당국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도민들이 힘을 모아 “정월 대보름 들불축제”를 키워 나간다면 제주도의 대표적 축제로서뿐이 아니라 국제적 축제로 성장할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그러나 정월 대보름 들불 축제장에는 한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이 축제장 옆을 지나는 서부관광도로  동-서 양쪽 길가에는 여러 개의 안내판이 서 있다. 이들 안내판에는 한글-한문 병용(倂用)으로 큼지막하게 이렇게 쓰여 있다. “새별 오름(晨星岳)”이라고.
도대체 안내판 중의 한글 표기가 맞는 것인지, 아니면 한문 표기가 맞는 것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만약 한글 표기인 “새별 오름”이 맞다면 한문 표기는 “새로울신(新)”의 “신성악(新星岳)”이라야 하며, 그 반대로 한문 표기인 “새벽신(晨)”의 “신성악(晨星岳)”이 옳다면 한글 표기는 “샛별 오름”으로 바뀌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한글-한문을 함깨 쓴 이들 안내판들에는 “새별 오름(新星岳)”이라거나, 또는 “샛별 오름(晨星岳)”이라 해야 한다는 말이다.
샛별이라는 게 무엇인가. 새벽녘 동쪽 하늘에 밝게 빛나는 별의 이름이다. 다른 이름으로는 계명성(啓明星)이라고도 하고 그냥 명성(明星)이라고도 하며, 효성(曉星)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샛별의 다른 이름으로 가장 어울리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새벽신”의 신성(晨星)만큼한 것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샛별, 즉 신성(晨星)과, 사라졌다 나타났다 명멸을 반복하는 일시성(一時星)인 새별, 즉 신성(新星)을 연관시키는 것은 어쩐지 썩 어울려 보이지가 않는다.

                          
하기야 당국이 “새별 오름”과 “신성악(晨星岳)”을 한글 표기냐  한문 표기냐의 차이일뿐, 같은 이름으로 보고 그렇게 안내판을 만들었을 수도 있다. 옛날부터 그 부근 주민들은 신성악을 “새벨 오름”이라 불러 왔기 때문이다. “벨”이란 별(星)의 제주 방언이므로 “새벨 오름”은 새별 오름이 된다. 그렇다면 “새벨 오름”은 “신성악(新星岳)”이 돼야하는 데 그렇지 못하니 하는 얘기다. 더구나 제주 옛 지도에 “새벨 오름”이 신성악(晨星岳)으로 기록돼 있으면 “샛별 오름”이어야 한다. 제주 방언은 “별”이 “벨”이 되듯, “샛”이 “새”로 음화(音化) 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어떻든 결론은 명료하다. 정월 대보름 축제장 일대의 안내판에는 “샛별 오름(晨星岳)” 혹은 “새별 오름(新星岳)이 돼야 맞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차라리 옛 이름을 살려 “새벨 오름”이 차라리 낫다.
이러한 문제는 사소하게 보이면서도 사소한 일이 아니다. 들불 축제 시작 이후 10년 동안 잘못된 안내판-광고물-기타 출판물들로 국내외 손님을 맞았고, 해외까지 홍보를 해 왔으니 이것이야말로 “옥의 티”다. 적어도 들불 축제가 국제적 축제로 발전하려면 이러한 “옥의 티”부터 깨끗이 닦을 줄 알아야 한다.

김   경   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