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품종, 유행이 아닌 백년지계

2021-03-11     제주매일

우리나라는 남의 눈치를 의식해 주변 분위기에 자신을 맞추는 집단주의 문화권이기 때문에 유행 또한 남다른 현상을 보인다.
대표적인 예로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 유행과 2016년 인형뽑기 유행을 들 수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2014년까지 유행한 노스페이스 점퍼, 2018년에는 평창동계올림픽 개최기념으로 출시된 롱패딩 점퍼가 유행하였다. 2020년 코로나19 감염증 발생과 확산에 따라 공연문화에도 많은 피해와 변화가 생겼는데, 단적으로 모임이 없이 대중매체나 SNS, 유튜브를 통해 고객과 만나는 새로운 공연문화가 유행하였다.
유행이라는 것은 나뭇가지의 잎과 같은 유형으로 한 잎이 지면 그 뒤에 또 다른 잎이 나타나는 형태로 변화무쌍하다. 제주의 기간산업인 감귤의 품종에 있어서도 유행이 있는데, 혹자는 변화나 발전 단계로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제주에서 감귤은 60년대 상업적으로 임온주가 보급되어 재배가 시작되었지만, 70년대 들어 품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만생종인 청도 품종이 인기가 있었고, 80년대에는 극조생 온주밀감이 보급되기 시작하며 궁본, 산천3호 등이 인기가 높았다.
이렇게 유행하던 품종들도 90년대에 들어서 일남1호로 급격히 전환되었다. 하지만 시설하우스 보급이 시작되면서 청견, 한라봉 품종으로 바꿨고 2000년대에 천혜향, 황금향 품종이 인기가 높아지면서 또다시 품종을 교체하는 작업을 하였다.
최근에는 레드향과 카라향, 유라조생의 선풍적인 인기와 더불어 국내에서 육종된 하례조생, 써니트 등의 국내산 품종이 유행 대열에 오르면서 유행을 쫓아 갈지 갈등하는 농가가 많다.이러한 품종의 인기는 소비자의 기호도, 재배 및 육종 기술의 발전, 유통체계 개선 등 그 시대 상황을 반영한다 할 수 있기에 앞으로도 더 다양화되는 사회의 흐름과 변화로 품종 선택의 혼선과 갈등은 더 심해질 것이다.
그렇지만 유행을 주도하는 주체는 농업인이 되기도 하고, 소비자가 될 수 있다. 비단 이런 현상은 감귤뿐만 아니라 모든 농산물에도 마찬가지이며 그 유행은 생성, 확산과 쇠퇴의 과정을 거치면서 빠르게 진행될 것이기에 맹신적으로 신품종을 선택하거나 단편적인 판단으로 현재 유행하는 품종을 선택한다면 낭패를 볼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먼 앞날까지 미리 내다보고 세우는 크고 중요한 계획이라는 백년지계(百年之計)란 사자성어처럼 계획적으로 신중하게 품종을 선택하여 농업인들이 안정된 농업을 영위할 수 있었으면 한다.